[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건강한 먹거리 나누기
환경농업단체연합회가 인증한 전국 친환경우수식당 6곳 탐방기

‘산아래’의 우렁쌈밥정식.
“엿 같은 맛입니다.” 박태현(47)씨가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단어를 곱씹으면 주먹이 어디선가 날아오겠구나 싶다. 그가 ‘엿 같은 맛’이라고 지목한 것은 마늘장아찌. 진실은 이렇다. 마늘장아찌에는 ‘엿과 비슷한 맛’의 유기농 조청이 들어간다. 그는 충북 제천시 봉양읍에서 ‘산아래’를 운영하는 밥집 주인이다. 들머리에는 ‘친환경농산물 우수식당’ 현판이 걸려 있다. 일반 식당들은 음식값에서 재료비 비중을 보통 30% 정도로 잡는다. 이익을 낼 수 있는 적정선이라 본다. 산아래를 비롯한 전국의 20여개 ‘친환경농산물 우수식당’은 최소 50%가 넘는다. 70%에 이르는 곳도 있다. 이들에게 친환경 먹거리는 포기할 수 없는 삶의 철학이다. 이들 식당을 찾아 여행길에 나섰다.

‘친환경음식점 하늘땅’ 뷔페접시에 담긴 버섯탕수 등.
“남자친구한테 잘 보이려고 데리고 왔어요.” 21살 대학생 유예람씨가 뷔페식인 ‘친환경음식점 하늘땅’을 찾은 이유다. 남자친구 이병훈(26)씨는 “맛있어요”라고 말하면서 유씨를 쳐다본다. 사랑이 반짝 밥알 사이로 터지는 순간이다. 주인 이정임(47)씨는 곱다. 부천와이엠시에이(YMCA)생협 이사였던 그는 2012년 이 식당을 열었다. 걸어온 날이 걸어갈 길을 정하는 법! 친환경 식당 ‘산들바람’을 찾아가 조언을 듣고 유명 요리사인 문성희 선생의 수업도 들었다. “우리 감주(엿기름을 부어 삭혀서 끓인 음식) 드셔볼래요?” 모주처럼 탁하다. 색에 속단하면 안 된다. 쭉쭉, 미뢰(미각세포)가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인다. 정제를 덜 한 유기농 설탕, 마스코바도 설탕을 썼기에 장마철 하늘색을 띤 것이다. 손님 이연옥(48)씨는 “속이 편하다. 다른 데는 못 간다”며 한 줄 평을 한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1동 1160-1/032-322-0515)

일반식당 음식값 중 재료비 비중 30%
친환경식당은 50% 넘어
김밥 달걀도 동물복지 유정란
폐점위기 문턱없는 밥상
주민과 단골들이 나서 되살려

‘완이네 작은 밥상’의 김밥들.
떡볶이 마니아라면 꼭 도전해볼 만하다. 새로운 경지의 떡볶이다. 달지도 맵지도 않다. 국물까지 들이켠다. ‘완이네 작은 밥상’은 친환경 분식집이다. 여느 분식집처럼 라면과 떡볶이, 김밥이 있다. 떡볶이에 폭 담긴 달걀은 동물복지 유정란이다. 한 손으로 잡기에는 두툼한 김밥은 농업의 제초제와 같은 염산을 뿌리지 않은 고흥산 무염산김으로 만다. 프랜차이즈에서 쓰는 김밥의 김보다 대략 4.5배가 비싸다. 종자연구가이자 전국귀농운동본부 회원인 농부 박종석(48)씨는 둘째 아들의 이름을 따서 2012년에 식당을 열었다. “친환경 무상급식이 정착돼 농가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민간 차원에서도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분식집은 문턱이 낮은 식당이다. 개업 초창기 태양열 조리기구로 달걀을 익히기도 했다. 신기한 광경이었다. “아이들이 배운 것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 가게가 좁아 밖에 뒀는데 누가 기구를 집어 갔다.” 도둑맞은 경험이 있는데도 그는 고가의 쌀 도정기를 가게 앞에 뒀다. 참기름 등을 짜는 기계도 들여왔다. “직접 도정하고 (참기름) 짜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엄마그리움’, ‘숲의 선물’ 등은 모두 김밥 이름이다. 모두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다. 떡볶이 덕에 한때 ‘착한 식당’으로 방송을 타 유명세를 탔다. “호두, 잣, 땅콩, 고춧가루 등을 섞어 떡볶이 국물을 만든다.” 그는 아이들의 먹거리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510-1/031-955-6162)

‘자연 온’의 무항생제 오리불고기정식.
은행원이었던 ‘자연 온’의 주인 최민정(46)씨는 전략적인 사람이다. “(개업 전) 조사하니 소비자들은 ‘대중음식점보다 비싸다, 맛이 없다, 돈 있는 사람만 먹는다, 진짜 재료일까’라고 생각을 하더라.” 6000~8000원대의 면 요리, 비빔밥, 된장찌개 등의 단품요리를 코스와 함께 차림표에 넣었다. 한때 요리선생 제안을 받았을 정도로 솜씨에는 자신이 있었다. 벽 한가득, 양념까지 출처를 밝혔다. 유기농 인증번호까지 적었다. “우리 집은 양이 적다. 더 달라고 하시면 준다. 하지만 절대 남기면 안 된다.” 케일장아찌, 껍질째 먹는 유기농 귤 샐러드, 나박김치 등 구할 수 있는 친환경 재료 위주로 레시피를 짰다. “음식은 내 몸이 된다. 외식이나 음식산업은 발달했는데, 먹거리의 질은 더 떨어졌다.” ‘친환경농산물 우수식당’으로 지정된 곳은 가양동의 ‘자연에서 온 밥상’(3월에 다시 열 계획)으로, 공간을 좀더 넓힌 ‘자연 온’은 2호점인 셈. (서울 양천구 목1동 923번지 2층/02-2646-2358)

‘문턱 없는 밥집’의 보리강된장비빔밥.
돈이 있으면 내고 없으면 밥만 먹고 가는 식당. 형편대로 밥값을 내는 식당이 가능할까? 서울 서교동의 ‘문턱 없는 밥집’은 그런 식당이다. 2007년께 변산공동체 설립자인 농부철학자 윤구병씨가 설립한 이 식당은 친환경 식재료로만 맛을 만든다. 철학이 반드시 수익을 만들지는 않는다. 영업적자가 이어지면서 2013년 폐점위기에 몰리자 동네 주민과 단골손님, 직원 등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50여명이 조합원인 사회적 협동조합 ‘문턱 없는 세상’이 설립됐고 조합의 사업 일환인 ‘문턱 없는 밥집’은 계속 영업할 수 있게 됐다. 밥집의 대표 고영란(47)씨는 “평범한 밥상이다. 김치찌개, 청국장찌개, 김치찜 그런 거다. 엄마나 할머니가 해주는 것처럼, 좀더 건강한 조리법과 식재료를 쓴다”고 한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481-2/02-324-4190)

‘이플’의 트레이 밥상.
‘이플’은 고상한 카페풍이다. 올해 6월이면 만 10년 되는 친환경식당이다. 코스와 요즘 유행하는 ‘트레이 밥상’을 결합한 식사다. 주인인 조정환(45)씨와 그의 아내 안성남(48)씨는 대학의 풍물동아리 선후배로 기획사를 운영하다가 친환경 농산물 농가들을 만났다. 홍보 전단지, 포장지를 제작해주면서 친환경 농업의 어려움을 알게 됐다. 2001년께 조씨는 판로가 없는 친환경 농산물 유통을 돕겠다는 생각에 탑차를 타고 농산물을 팔다가 유기농 외식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조상대대로 농군의 딸이라는 안씨가 메뉴 개발을 했다. 가족 같은 생산자들은 큰 힘이 됐다. “돈을 벌기 위해 산업화된 대규모 유기농 농가와는 거래 안 한다. 양념류까지 유기농이어야 친환경식당인 거다.” 안씨의 철학은 무쇠솥 같다. 현미와 배아미를 반씩 섞고, 청미래덩굴을 끓인 물로 밥을 짓는다. 들깨를 잔뜩 넣은 배추시래깃국은 구수하다. 단아한 트레이 밥상은 소담하고 맛깔스럽다. ‘무오신채김치’는 별미다. (대구광역시 수성구 황금동 132-5/053-784-5620)

산길을 굽이굽이 타고 올라가면 난데없이 식당 하나가 나타난다. ‘산아래’는 이름 그대로 산 아래 위치해 있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 주방장도 단골일 만큼 이미 소문난 친환경 맛집이다. 먹태무침, 콜라비무침, 찰옥수수범벅, 무염산김, 유기농 마늘장아찌, 16가지가 넘는 채소, 우렁쌈밥이 한 상 떡하니 나온다. 그야말로 푸짐하다. “튀김옷도 우리밀이다.” 주인 박태현씨가 말한다. 그는 사촌 동생 강은순(46)씨와 동업한다. 강씨는 “2006년에 남편과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마치고 내려온 오빠가 시작했는데 남자들이라 영 엉망이었다”고 말한다. 제천시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던 그는 졸지에 주방장이 됐다. 친환경 조미료만으로 일반 식당과 경쟁해도 손색없는 맛을 내는 데는 강씨의 비법이 숨어 있다. “맛간장을 따로 만들고, 들기름과 마늘을 많이 쓴다. 다른 거 쓰면 내 맛이 안 난다.” (충북 제천시 봉양읍 장평리 949-2/043-646-3233)

기타로는 서울의 ‘청미래’, ‘에코밥상’, 충북의 ‘생명살림 올리’, 광주광역시의 ‘학사농장유기데이’, 경기도의 ‘바오밥나무’, ‘농부로부터’ 등이 있다.

대구 제천 파주/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친환경우수식당

2006년 농림부가 친환경농산물 사용 우수식당 지정 계획을 발표됐다. 2007년 5월 우수식당 지정 업무를 환경농업단체연합회가 주관하게 됐다. 현재 20여곳이 지정된 상태다. 친환경 쌀·채소 사용 식당은 주황색 등급, 친환경 쌀·채소·잡곡·우리밀 등 사용식당은 청색 등급, 식재료와 양념류까지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는 식당은 녹색 등급이다.


(*위 내용은 2015년 1월 29일자 한겨레신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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