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달콤한 디저트의 세계
에클레르, 마들렌, 롤케이크…한가지 메뉴에만 집중하는 디저트 전문점 인기
딱 한가지 메뉴에만 집중하는 디저트 전문점. 고급 정찬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디저트 코스’를 2012년에 선보여 단박에 스타로 떠오른 이현희 파티시에르(디저트 카페 ‘디저트리’ 주인장)가 꼽은 올해의 디저트 업계 트렌드다. 10년간 파리에서 활동하다 2014년 귀국해 디저트 카페 ‘마얘’를 차린 김수진 파티시에르도 “다양한 맛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었던 파리의 디저트숍에도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어 한가지 메뉴에만 집중하는 곳들이 인기”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백화점식 맛보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한가지 메뉴의 여러 세계를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이 느는 추세다. 이미 지난해 ‘피에르에르메’, ‘라 뒤레’ 같은 프랑스 마카롱 브랜드까지 가세하는 등 마카롱 전문점 열풍이 한차례 지나갔다. 마카롱의 뒤를 이을 인기 디저트는 뭘까?

에클레르

얼마나 맛있으면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프랑스어로 ‘번개’를 뜻하는 에클레르(영어식 표현은 ‘에클레어’)는 ‘무척 맛있어서 번개 같은 속도로 먹어치운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19세기부터 이어져 내려온 프랑스 전통 디저트로 우리네 한과처럼 역사가 깊다. 달걀, 버터, 밀가루 등을 반죽해서 슈를 만들고 그 안에 보드라운 크림이나 커스터드를 넣고 구우면 완성되는 소박한 디저트다.

전통적인 에클레르에 화려한 현대미술을 연상시키는 색색의 토핑을 올리는 현대식 에클레르가 탄생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파리의 유명 빵가게 ‘포숑’의 총괄 파티세리였던 크리스토프 아담이 2012년 파리에 연 에클레르 전문점 ‘레클레르 드 제니’(천재의 에클레르)가 대표적이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화려한 그의 에클레르는 디저트계의 오트쿠튀르가 됐다.

에클레르 전문점 ‘에클레어 드 제니’. 사진 박미향 기자
에클레르 전문점 ‘에클레어 드 제니’. 사진 박미향 기자

지난해 11월 ‘에클레어 드 제니’가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입점했다.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의 달고 고소한 전쟁터에 뛰어든 것이다. ‘에클레어 드 제니’의 최종임 주임은 “에클레르 한 메뉴만 팔아도 10가지의 맛이 다 다르다”며 “비슷하면서도 다른 오묘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개당 가격은 5700~7800원. 한끼 식사비지만 아름답고 화려한 모양새에 반한 이들이 많다. 서울 여의도동에서 왔다는 60대 후반의 송마리아씨는 “비싸지만 정말 예뻐서 선물하기에 좋다”며 두 상자(8개)를 사갔다. 최 주임은 “남자 손님은 거의 없고 20~50대 여자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크리스토프 아담의 파리 매장에서 훈련받은 한국인 제빵사들이 프랑스에서 수입한 재료로 매장 인근 주방에서 만든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홍콩에 이어 서울이 세번째 매장이다.

‘에클레르 바이 가루하루’의 에클레르. 사진 박미향 기자
‘에클레르 바이 가루하루’의 에클레르. 사진 박미향 기자

2014년 서울 이태원동 경리단길 뒷길의 이른바 ‘장진우 거리’에 문을 연 ‘에클레르 바이 가루하루’는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영하 15도의 맹추위로 거리가 빈 둥지처럼 돼버린 지난 21일에도 에클레르 바이 가루하루에는 15분 동안 14명의 손님이 방문했다. 포항에서 나흘 일정으로 서울에 여행 왔다는 대학생 김혜림씨와 박지현씨는 “포항에는 없는 에클레르의 맛이 궁금했는데, 비싸도 잘 산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이들은 디저트 위주로 서울 맛 여행을 하고 있다. 주인 윤은영(28)씨는 프랑스 파리로 여행 갔다가 에클레르 전문점이 많은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에클레르가 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식감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며 “20~30대 여성들만 찾을 것 같지만 의외로 50대 여성도 많다”고 말했다. 모두 18가지 에클레르가 있는데, 개당 가격은 5000~9000원이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빠따슈’도 미니 에클레르로 디저트 마니아들의 혀를 사로잡는 에클레르 전문점이다. 커피에클레어, 캐러멜에클레어, 말차에클레어 등 8가지 정도가 있다. 가격은 개당 3500원이다.

화려한 현대미술 같은 에클레르
고소한 향, 쫀득한 식감 마들렌
남성들이 즐겨 찾는 롤케이크
한가지 메뉴라도 다채로운 맛

‘마들렌바 바이 올리버스윗’의 마들렌. 사진 박미향 기자
‘마들렌바 바이 올리버스윗’의 마들렌. 사진 박미향 기자

마들렌

구운 과자의 일종인 마들렌은 덩치 큰 꼬막처럼 생겼다. 제과점의 구색 맞추기용으로 옹색하게 계산대에 비치해두는 게 고작이었던 마들렌이 당당하게 주인공으로 나섰다. 한달 전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에 ‘마들렌바 바이 올리버스윗’이 문을 열었다. 15가지 마들렌과 3가지 피낭시에를 파는 이곳은 디저트 카페 올리버스윗의 두번째 브랜드다. 개당 800원. 김윤희 대표는 세계적으로 불었던 컵케이크의 인기가 마들렌으로 옮겨갈 것으로 본다. “프랑스에도 전문점이 생겼고 미국 뉴욕 소호 거리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그는 전했다. 마들렌의 매력은 치명적인 고소한 향과 쫀득한 식감이다. 크림은 없다. 김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외식업계에서 뜬 고급 팝콘류도 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마카롱의 인기가 에클레르와 마들렌으로 옮겨갈 것으로 내다봤다. 매장 앞에는 갓 구워 따스한 마들렌을 기다리는 20대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레몬허니마들렌, 초콜릿마들렌, 유자마들렌, 오미자마들렌 등 종류가 다양하다.

 

롤케이크

여성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디저트 업계에도 남성들이 즐겨 찾는 디저트가 있다. 서울 서교동의 롤케이크 전문점 ‘쉐즈롤’의 고객은 절반이 남성이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박경훈(23)씨는 아버지 생신을 맞아 지난 22일 일부러 이곳을 찾았다. 그는 “롤케이크는 친근해서 좋다. 맛에 비해 가격이 착한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등 에스엔에스(SNS)에서 뜨는 화려한 디저트가 여성들에게 인기라면, 남성들이 찾는 디저트는 복고에 가까울 정도로 친근한 것들이다. ‘딸기롤’, ‘쇼콜라롤’, ‘녹차롤’ 등 메뉴명도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 가격은 1만5000~1만7000원. 절반 사이즈의 롤케이크도 판다.

‘쉐즈롤’의 딸기롤. 사진 박미향 기자
‘쉐즈롤’의 딸기롤. 사진 박미향 기자

동화나라 과자집 같은 쉐즈롤은 국내 제과점에서 실력을 닦은 경력 5~7년의 김영식(36)·김원선(30) 부부가 운영한다. 착한 표정의 앳된 여동생 같은 주인 김원선씨가 손님을 맞는다. 롤케이크 한 종류만 만들게 된 사연을 물으니 롤케이크에 대한 연민과 칭찬이 터져 나왔다. “롤케이크를 맛없다고 생각하거나 형식적인 선물로 사는 이들이 많지만, 부드러움의 정도에서 차이 나는 두가지 식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고 촉촉함이 뛰어난 디저트입니다.” 그는 20~30대 남성 단골손님이 많다고 했다.

메뉴판에는 재료의 산지가 적혀 있다. “자신이 먹는 음식을 어떤 재료로 만드는지 손님들이 알 권리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쉐즈롤은 보성 녹차와 유지가 45%인 생크림을 쓴다. 보통 제과점들은 유지 38%인 생크림을 애용하는 편이다. 이들 부부는 곧 경기도 양평에 2호점을 낼 예정이다.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다. 사업을 확장하려는 계획도 아니다. 사는 집마저 양평으로 이사한 이들의 2호점 개업 목적은 생명력이 살아 있는 로컬 푸드로 롤케이크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양평 지역에서 생산되는 달걀로 고소한 향을 피울 계획이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위 내용은 2016년 1월27일자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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