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책 ‘오늘 만드는 내일 학교’를 읽으면서 우리에게는 그들의 왕립협회나 정부의 미래 교육 보고서 같은 것이 없나,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우리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는 한국인을 위한 미래 교육 보고서라 할 수 있겠다. 지은이의 글을 읽는 동안 마치 조카의 교육을 염려하는 열성적인 이모를 만나는 느낌이었다. 이해하기는 쉬웠으나 읽고 나서는 비장함마저 들었다.

 

48쪽의 그래프는 많은 것을 의미한다. 이전 시대에서는 완만하던 곡선이 2000년 즈음에는 갑자기 급격하게 상승하다가 2150년에 이르러서야 다시 완만해진다. 약 150년 동안은 극적인 변혁이 매순간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가장 경사가 급한 한복판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 일과를 시작해서 저녁이 되어 잠자리에 드는 일상을 보내는 이 순간이 전 지구적 삶을 봤을 때는 시시각각 변화가 일어나는 바로 그 순간이며 우리는 그 깊숙한 현재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일상과 보이지 않는 변화 사이의 간격에 당황스럽기도 하다. 집에서 아이들 밥먹이고 놀리고 싸움 중재하고 그러다보면 지쳐서 날 좀 내버려둬,란 마음으로 틈만 나면 책상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내 모습과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해야하나를 고민하는 내 머릿 속의 내 모습이 달라도 한참 다른 것과 비슷하기도 하다.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는 나와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나가 점점더 가까워지는 게 우선 내가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모든 것은 흔들린다(51쪽). 미래에는 정답이 하나가 아니다(65쪽). 우리가 알아왔던 지식, 체계 모든 것이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변화될 것이고, 그래서 정답이 없을지도 아니면 여러개일 지도 모른다. 하나의 답을 구하는 게 아니라 오답을 제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즉 아이들은 정해진 틀을 배울 게 아니라 ‘배우는 방법을 배워야’ 유연함과 적응력으로 맥락에 따른 해석을 다양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X세대인 나의 아이들은 언제든 온라인을 사용하게 될 Z세대가 되는데 이들에게 요구되는 건 리믹싱 역량이라는 것(104쪽), 단점을 고쳐서 성공한 사람은 없다는 것(107쪽), 지식시대가 끝나고 개념시대가 열렸다는 것(125쪽), ‘배우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적응성, 유연성, 끊임없는 변화를 끌어안을 수 있는 마음가짐이 인재의 조건이라는 것(127쪽), 가르치는 방법도 바뀌어 학교가 공부 잘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135쪽)도 재미있었다. 유학할 사람이 있다면 2015년에 첫 신입생을 받는 미네르바 프로젝트를 소개해줘야겠단 생각도 들었다.

 

현재 교육을 패스트 푸드에 비유한 것도 기억에 남는데, “시험을 위한 얕은 지식을 잘라내 적당히 버무린 후 패키지에 담아 배급하고 무조건 머리에 집어넣으라고 강요하며”, “완벽히 소화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다른 햄버거를 또 입에 물리는 것”(169쪽)이라고 하였다. 대신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느린 교육으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서 배움을 흡수할 시간을 주는”(169쪽) 배려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지적고통을 감수(171쪽)하도록 고안한 한 학교가 소개되었다. 문득, 학창시절 칠판 가득 필기를 하시고는 일단 공책에 필기부터 하라고 하셨던 선생님과 문제풀이를 열심히 칠판에 해주시던, 그리고 어떤 문장이든 다 해석해 주시던 선생님들이 떠오르며, 우리가 진정으로 ‘지적고통’을 겪지 않았던 것이며 그래서 지적 욕구가 자극되기도 스스로 공부의 재미에 빠지기도 어려웠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미래의 인재는 어떤 사람일까? 미래에는 인지 기능이 뛰어난 사람보다 비인지적 기술이라는 자질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한다(145쪽). 비인지적 기술이란 어떤 것이 있을까? (175쪽부터) 자기 조절과 자기 절제 역량(마시멜로 실험), 연마 지향성(과제를 성공시키는 것보다 배우려는 자세), 투지(장기적 목표를 향한 인내와 열정)와 인내력, 자기 효능감(동기부여와 개인적 성취로 높아짐), 탄성회복력(감정과 행위 차이를 깨닫고 극단적 행동을 멈춰 생각할 수 있는 충동 제어력) 등이다. 비인지적 기술을 어릴때부터 훈련받은 (이것은 후천적으로 길러지므로) 아이들은 문제 해결사가 되어 미래를 이끌어갈 것이다. 그들은 협업 능력, 융합 능력, 실패 즐기기, 정보 창조자, 호기심으로 지적 능력 채우기에 뛰어난 사람들이다(248쪽).

 

똑똑하게 보이고 싶었던 때가 있었음이 문득 떠올라 혼자 부끄러워 하기도 했고, 190쪽의 투지 역량 테스트를 해보고는 “그래, 내가 이래서 잘 안됐어(ㅠㅠ)”,하며 가라앉은 마음을 잠시 추스르기도 했다. 오늘도 충동제어를 하지 못하고 첫째한테 하루종일 좋지 않은 마음으로 대했던 것도 힘들었다. 엄마가 못하는 걸 아이한테 하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내 행동이 바뀌어야 아이가 나를 보며 비인지적 기술들을 익힐텐데. 이제 내 선택만 남은 것인가! 나를 바꾸도록 노력하느냐 그냥 대충 살아갈 것이냐! 하지만 이미 나는 아침마다 매번 다시 노력하기로 결심하지만 잘 안될 때가 많다. 지은이는 좋은 질문을 하라고 조언한다(256쪽).

 

“질문은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풀려고 늘 지니고 다니던 문제에 대해 고정관념과 편견을 걷어내고 건강한 의심을 시작하는 부모의 자기 경작이 있어야 제대로 된 질문을 움틔울 수 있다.”

 

내가 제대로 된 질문없이, 양육하던 방식 그대로 지내왔던 것일까. 아이에 대해서 뿐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해서도 질문없이 그저 “나가고 싶다, 일하러 가고 싶다”는 답만 생각한 건 아닐까. 근데 질문을 어떻게 해야할까, 머릿속이 하얘진다. 열정적인 이모는 다시 손을 내민다. 동지가 되어 함께 걸어가자고. 잘 하고 있나를 계속 질문하면서. 그 손을 꽉 잡고 싶다. 그러면 훨씬 재미있게 걸어갈 수 있겠다. 이 책을 읽는 것으로도 한발짝을 딛었다고 할 수 있을까. 이제 그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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