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소풍날 누군가 김밥을 싸준다면?
그것도 같은 엄마의 마음으로...?
정말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했지요.
하지만 꿈은 꿈, 소원은 소원.
어디가서 물건 하나 못파는 저로서는
비빌 언덕도 없었답니다.
제가 만드는 김밥은 맛도 별로, 보기에도 별로...
그래도 엄마가 아침에 공들여 싸준 것이니 맛없어도 맛나게 먹어주는 아이가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며 지난 5년 동안 아이 소풍날 김밥을 꼬박꼬박 싸줬답니다.
이번주 들어서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지만 소풍 소식이 많더군요.
저희집도 목요일은 둘째 어린이집 소풍, 금요일은 첫째 아이 소풍이었지요.
새벽부터 일어나 김밥을 만들었던 목요일,
저녁에 퇴근 후 내일 큰아이 소풍 가방에 넣어 줄 간식과 음료수 등을 떠올리며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순간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큰 아이 친구 엄마였습니다.
같은 직장맘이죠.
"00엄마, 오랜만~"
"네, 안녕하세요."
"내일 00 김밥 어떻게 해요? 내가 싸는 김에 하나 더 쌀까 하는데?"
"네..?"
아니 이런 최근에 생각했던 소원이 현실로?
"우리집은 김밥 좋아해서 한번 만들 때 많이 만드니 걱정마시고
괜찮으면 00것도 같이 싸 줄께요. 그렇게 알아요."
어머나...
이렇게 감사할수가요...
지난 토요일 놀이터에서 아이들 같이 놀리고 직장맘으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요.
물론 아침에 김밥싸면서 소란스런 소풍 분위기를 선사해주지는 못했지만
여유로이 머리 빗겨주며 소풍 갈 동물원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그리고 과일과 다른 먹을거리 몇가지를 만들어 아이편에 같이 나눠 먹으라고 보냈지요.
매번은 못하겠지만
어쩌다 이렇게 나눠먹는 김밥도
정스러운것 같아요...
그분도 직장맘이라 힘드실텐데 다른 직장맘 배려까지...
정신없던 이번주, 그 분 덕분에 다시 제 마음을 따뜻하게 리셋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엔 아이들과 단풍을 느낄 수 있는 공원에 나가봐야겠어요.
저도 소풍가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