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된다고 하면 안되는 것들

직장맘 조회수 15606 추천수 0 2011.05.11 18:19:05



bfea20407227ac2715a34fcd69ad412f. » 한겨레 자료사진






14개월 된 딸 아이의 눈에는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하게 보이는 듯하다.



아장아장 길을 걸어가다가 갑자기 주저앉아 바닥의 흙을 만져보기도 하고



베란다에 나가서 화분의 꽃도 만지작 거리고, 손으로 흙을 파내기도 한다.



평일에는 저녁 시간에만 잠깐 놀아주기 때문에 잘 몰랐는데 주말 내내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보니,



아이에게 내가 “안돼요. 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제는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이 늘면서 어느덧 아는 것도 많아지고,



동시에 궁금한 것도 많아지는 딸에게 세상이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나게 보일까?



그런데 엄마는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고 하니 딸은 얼마나 답답할까?



보이는 것들을 직접 만져보고 싶고 맛도 느껴보고 싶을 텐데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모두 다 한결같이 “안 된다”고만 하니 말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위험하거나 교육상 안 좋은 것 몇 가지를 제외하고 왠만한 것은 아이를 위해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 안 된다고 말해야 할 것



- 뜨거운 것(냄비, 다리미,주전자) 근처에 가거나 만지려고 하는 것



- 매운 것, 콩이나 목에 걸릴 수 있는 것을 입에 넣는 것



- 가위나 칼 등 날카로운 것을 잡으려고 하는 것



- 식탁 위에 발을 올리거나 올라가는 것






* 아이가 하는 것을 그저 지켜보기로 할 것



- 손을 씻으며 물놀이를 하는 것 : 사실 딸아이가 물을 너무 좋아해서 손을 씻기기가 겁난다.  수도꼭지를 잠그거나 물을 치우면 울고 불고 난리다.  억지로 그만하라고 하는 대신 물을 작은 바가지에 조금 담아서 방수요로 아이 허리 위까지 덮고 그 위에다가 물이 담긴 바가지를 주면 그 물로 손도 씻고 입도 닦고 끝내는 방수요에 쏟아버리기도 한다. 그럼 5분도 채 안되어 스스로 물놀이를 끝낸다.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방수요와 바가지를 얼른 치운다.



- 밥먹을 때 갖가지 반찬을 찔러보고 먹어보는 것 : 엄마 앞에 앉아서 엄마 숟가락으로 이 반찬, 저 반찬 찔러보고 입에 넣어보기도 한다. 엄마가 아빠가 반찬을 이것저것 집어서 밥을 먹는 것이 아이의 눈에는 얼마나 신기할까? 자기도 똑같이 해보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매운 반찬, 땅콩 같은 덩어리 반찬은 먼쪽에다 놓는다. 대신 시금치, 오뎅, 멸치 같이 숟가락에 양념이 조금 묻어도 상관없는 반찬은 내 앞으로 배치한다. 간혹 아이가 입에 넣을 수도 있기에 반찬의 간은 조금 싱겁게 한다. 이 덕분인지 아이는 14개월치고는 숟가락으로 제법 밥을 잘 먹고 과일도 포크로 잘 찔러 먹는다.



- 화장실에서 휴지 당기기와 칫솔을 만지는 것 : 좀 민망하지만 엄마가 화장실에 있으면 울면서 “엄마, 엄마!”하며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 아이의 눈에는 신비의 세계인 화장실에서 엄마 혼자 뭐 재미있는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아이를 울리기보다는 그냥 안고 볼 일을 본다. 그럼 아이는 내 품에 안겨 오른편에 걸려 있는 두루마리 휴지를 계속 당겨본다. 그것도 안 된다 하지 않고, 아이가 당기면 내가 다시 올리고 아이가 당기면 내가 다시 올리고 너무 많이 아이가 당겨 놓았으면 그것을 뜯어 두었다가 나중에 사용한다. 두루마리 휴지를 당길 때마다 둥굴둥굴 휴지가 구르고, 휴지 길이가 길어지니 그것도 아이 눈엔 신기하게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엄마 위에 앉아서 휴지를 가지고 놀기도 하지만 칫솔에 관심을 갖기도 해서 전동칫솔을 만져보기도 한다. 이것저것 살펴보고 만지는 재미가 쏠쏠한가 보다.



- 걸레 갖고 노는 것 : 아이는 걸레를 가지고 방닦는 것도 좋아한다. 아이를 위해 걸레는 수건만큼 깨끗이 빨아놓는다.



- 과일을 해부하듯 먹거나 껍질을 뱉는 것 : 포도나 방울토마토 같은 것을 먹을 때 손으로 뜯어가며 마치 해부하듯 먹기도 한다. 옷을 좀 버릴 수 있지만 그냥 지켜봐준다. 때로는 과일의 단물만 빨아먹고 껍질은 뱉어버리기도 한다. 아직은 껍질을 삼키기 어려워서 그런 것이니 좀더 잘 삼킬 수 있을 때까지 껍질 뱉는 행위에 대해 너무 나무라지 않기로 한다.



- 옷가지들을 늘어놓는 것 : 가지런히 정리해 놓은 손수건이며 옷을 마구 꺼내서 던진다. 정리해 놓으면 딸은 또 던지고 나는 또 정리하고를 반복하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준다. 요즘은  던져놓고 그 자리에 다시 올려놓는 걸 하더라... 물론 가지런하게 정리하는 것은 아니고 뒤죽박죽이지만 말이다.



돌아보니 아이에게 안된다고 하는 것 중 많은 부분이 내가 귀찮아서 못하게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청소해야 하고, 정리해야 하고, 아이의 옷을 더 많이 갈아입혀야 하고, 빨래를 더 자주하고, 집안을 더 깨끗하게 하고 살아야 하니 말이다.



아이가 이 신기하고 재미난 세상을 잘 탐구하고 알아갈 수 있도록 내가 조금 더 부지런해지기로 했다. 물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직장 다니느라 잘 못해 주겠지만 엄마와 함께 있는 저녁 시간과 주말만큼은 아이가 실컷 누릴 수 있도록 말이다.



아이에게 안 된다고 말하기 전에 그것이 아이가 하면 정말 안되는 것인지, 아이한테 해로운 것인지, 아니면 내 귀차니즘 때문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말을 꺼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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