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이는 태어나서부터 엄마와 떨어진 적이 없죠.

야근과 출장을 몰아치게 달고 사는 아빠와는 다르게,

엄마는 길동이를 낳고 출산휴가 3개월을 다 쓰고 직장을 배신(?)하고 육아에 전념하였답니다. 16개월까지 완(전)모(유수유)하였고, 길동이는 젓병 한번 빨아주지 않고 엄마 가슴을 쪼그라들게 만든 일등공신이 되었습니다. 나름 책도 많이 읽혀주고, 나들이도 가끔씩 해주고, 열심히 놀아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길동이는 엄마를 정말 사랑합니다. 휴일날 아빠가 엄마 옆에 앉아 있을라치면 사이를 파고듭니다. "아빠는 침대에 가서 누워서 핸드폰 봐~" 라며 일침(!)을 가합니다.

말이 청산유수 같아지고 성별에 대한 개념이 생긴 요즘 부쩍 자기는 커서 엄마처럼 여자가 될거랍니다. 처음에는 웃어 넘겼는데, "엄마가 되겠다"는 포부를 너무 자주 밝히니 슬슬 걱정도 됩니다. 어쩌다 가끔 경찰 아저씨게 되겠다고 해서 "와~ 멋진 남자가 되어서 경찰 아저씨가 되겠다!" 라고 해주면, "아니야~ 경찰 아저씨는 여자야!" 랍니다.

 

어어..이러다 성적소수자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섣부른 걱정도 0.001% 정도 머릿속에 박혀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길동이의 마음속에 아직 아빠를 통해 바라본 "남자"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날마다 바쁜 아빠, 격무에 시달리고 야근과 출장에 휘둘리다보면 집에 와서 놀아줄 에너지가 많지 않은 아빠가 아직 멋져 보이지 않는 겁니다. 상대적으로 저와 시간을 많이 보내주고 케어해주는 엄마는 위대해 보이고, 제 눈에 보이는 시간 대부분은 누워서 자거나 TV보면서 멍~~한 아빠이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거죠. 한 마디로, 우리 길동이의 개념 한 가운데에 "멋진 남자"에 대한 환상이 없는 겁니다. 아빠가 멋져 보여야 자기도 저런 남자가 되고 싶을거 아닙니까~!!

그런 남편이 제게도 가끔 많이 야속하긴 하지만, 바쁜 가운데 육아를 위해 신경 많이 쓰는 Friendy들의 노력이 새삼 경건하게 느껴집니다.

 아빠가 멋진 남자가 되는 것엔 엄마의 역할도 큰 것 같아요. 힘들어서 그러는 남편에게 바가지만 긁기 보다는, 길동이에게 멋지게 보일 수 있는 상황을 좀 만들어주면서 멋져보이게 만들어야겠다는 다짐도 해봅니다. 그래서 고장난 부엌 형광등 아직 안고치고 있습니다.^^;;

아..남편이여~ 이번 출장에서 돌아와서는 길동이에게 멋진 남자의 모습을 좀 보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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