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멋진 열쇠 목걸이

자유글 조회수 9836 추천수 0 2010.06.11 11: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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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열쇠로 만든 아이의 목걸이. 당당하게 열쇠를 목에 건 아이의 옷섶에는
아직 채 마르지 않은 눈물자욱이 애잔하다.
늘 집에서 엄마가 문을 열어주는 아이들은 저렇게 필사적으로 울며
열쇠를 찾아야 하는 아이의 삶을 알 필요도 없겠지만
최소한 저 아이는 자기 집 문을 자기가 스스로 열고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제 앞에 당면한 삶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쯤은 이미 배운 똑똑한 아이다.>

아이들이 모두 돌아가고 난 조용한 교실. 처마 끝을 두드리는 빗소리처럼 가느다란 울음 소리가 들립니다.
학교 앞 동산엔 아까시 꽃 향기가 저렇게 너울거리는데, 한 아이가 울고 있습니다. 열쇠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목에 걸고 있었는데 없어졌단 말이지?"

아침에 올 때엔 분명히 있었다고 합니다. 자기 스스로 문을 잠그고 왔으니까요.
저 아이의 부모님은 일찍 일을 나가시기 때문에 아이는 일어나서 차려진 밥상의 밥을 먹고
다 먹은 그릇과 수저를 설거지 통에 담은 다음 물을 틀에 불기 좋게 만들어 놓고 문을 잠그고 학교로 옵니다.
그리고 학교가 끝나면 손수 문을 열고 들어가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고 밥통의 밥을 퍼서 먹고 집을 봅니다.
그래서 아이에겐 다른 사내 아이들처럼 딱지, 유희왕 카드가 아닌 열쇠가 가장 소중한 것이지요.
그 귀한 열쇠를, 오늘 아침에도 목에 잘 걸고 왔는데 지금 없습니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놀다가도 가끔씩 자기도 모르게 열쇠가 잘 있나 만져서 확인을 하는 아이.
아, 그 열쇠는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요.
친구들은 모두 또래를 지어 집으로, 운동장으로, 학원으로 달려 갔는데 아이는 울음을 그칠 줄 모릅니다.
아이와 함께 열쇠를 찾아 나섰습니다.
아이의 책상, 사물함, 급식에 아이가 앉았던 자리, 그리고 아이가 나가서 놀던 운동장의 철봉 밑.
그러나 어쩌지요. 열쇠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흐느낌은 멈출줄 모르고
그 아이의 목선을 따라 흐르는 눈물을 보니 너무 처연합니다.

"울지마. 울지말고 열쇠가 어디에 있을지 잘 생각해보자."

열쇠를 자주 잃어버리다 보니 몸에 지니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목에 걸어 주신모양인데
날씨가 더워지면서 목에 걸리적거려서 자주 벗어서 여기저기 놓아두곤 했다고 합니다.
하긴, 어른인 저도 수시로 핸드폰이며 사진기를 잃어버리고 찾으러 다니는데
저 아이로선 조심하기가 더 어렵겠지요. 저렇게 대견하게 자라주는게 그래도 어딥니까.

"책상 위에 올려 놨었는데...
열쇠를 못 찾으면 할아버지 돌아 오실 때까지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데 그럼 테레비도 못 보잖아요."

아이고, 이 녀석. 그래도 TV는 보고 싶은 모양이지? 울고 나더니 진정이 좀 되어가나봅니다.
아이가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되짚어 올라갑니다.
훌쩍거리면서도 안간힘을 쓰며 기억을 되돌리려 애씁니다. 열쇠를 찾아야 집에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 맞다. 신발 주머니에 넣었어요."

후다닥 신발주머니를 가지러 간 아이가 금세 개선장군처럼 환한 얼굴로 들어옵니다.

"와, 우리 형우 웃으니까 정말 자알 생겼다. 가끔 잃어버릴만 한걸?"

"히히~"

방금 전까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게 울던 아이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세상 그 어떤 보석보다 빛나는 열쇠목걸이를 건 멋진 소년이 떡 버티고 있습니다.
열쇠를 잃어버릴 때마다 사색이 되어 찾기를 반복하면서도 왜 자기는 열쇠를 목에 걸고 다녀야 하는지를 따지지 않는 아이,
친구들의 엄마는 집에서 돌아오는 친구들을 기다려주기도 하고 쿠키도 구워준다는데
왜 자기는 한 번도 그런 호사를 누려보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지 열패감을 드러낼만도 한데 그 대신
커서 의사 선생님이 꼭 될 건데 그 이유가 우리 할아버지가 요즘 무릎이 아프기 시작해서라고 말하는 아이.

집에 갈 땐 누가 볼 까봐 옷 속에 집어넣지만 교실에서는 저렇게 자랑스럽게 꺼내 걸줄 아는
저 아이의 목에 걸고 있는 열쇠 목걸이가 금메달처럼 보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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