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전 목요일.

평소 개똥이 데려간다고 문자를 남기시는 친정엄마께서

어린이집에서 개똥이 열난다고 병원에 가보라고 하는데, 갈까?’ 문자를 보내셨습니다.

열만 나는 거면 그냥 두세요

알았다

 

야근하려고 저녁 먹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개똥이가 아프다고 곰 선생님한테 가자고 하는데 어쩌냐?”

지가 가재요? 곰 선생님한테?”

그래

병원 문 닫았을텐데전화 해 보고 다시 전화 드릴께요

병원에 전화를 걸다가 생각이 났습니다. ‘! 목요일 오후는 휴진이지

 

야근 후 귀가하니 개똥이는 잠들어 있었으나, 숨소리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39도가 넘어도 해열제는 먹이지 않았는데, 숨소리는 정말 걱정되더군요.

금요일 하루 남편이 휴가내고 개똥이 곁에서 지켜 보기로 하고,

아침 일찍 동네 소아과에 갔더니, 혹시 모르니 저녁에 다시 오라고 하더군요.

 

금요일 저녁 무렵 걸려온 남편의 전화

소아과 왔는데, 서울대 소아 응급실 가라고 하니까 퇴근하면 거기로 바로 와

 

후두염.

가볍게 생각했는데, 어린 아이에게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더군요.

엑스레이, 호흡기 치료, 채혈-혈액검사, 주사.

개똥이는 잘 견뎌 냈습니다.

 

20120706_223459_1.jpg  

- 호흡기 치료를 받는 27개월 개똥이

(확인할 길은 없지만 간호사 말에 의하면 서울대 소아응급실 역사상 제일 얌전하게 잘 있었다고)

 

20120706_211005_1.jpg

- 혈관을 발등에서 찾고, 채혈 후 주사에 대비 해 주사 바늘만 꽂아 놓은

 

호흡기 치료 후 2시간은 지켜 봐야 한다고 해서 대기

다시 호흡기 치료 후 대기.

결국 토요일 새벽 2시에 조금이라도 호흡이 나빠지면 바로 오라는 응급실 의사(?)의 신신당부를 받고 귀가 했습니다

 

평소와 비슷하게 일어난 개똥이는 다 나은 듯 했습니다.

열도 내리고, 숨소리도 좋아지고, 기침도 거의 안하고.

혹시나 다시 찾은 소아과에서도 많이 좋아 졌다고, 컹컹 기침이 심하지 않으면 굳이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군요.

 

마침 야구하는 날이었는데, “엄마랑 야구하러 갈까?” 했더니, 냉큼 !!!” 합니다.

하지만 잠깐 소아과 다녀오는 사이 유모차에서 조는 녀석을 보니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오늘은 야구 하지 말고 그냥 집에서 쉬자했더니, “야구하러 가~”하며 징징거리기에 못이기는 척 야구하러 갔습니다.

 

하지만 녀석은 안아줘”, “집에 가요를 수십 번 읊조리며 저를 괴롭혔습니다.

저는 집에 갈 생각이 없었지만, “곧 갈꺼야하며 달래고 또 달랬습니다.

게다가 우리팀이 1 11점이나 내면서 시즌 6패 후 첫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기에.

 

타석에 설 기회는 없었지만, 그래도 첫 승리에 만족할 무렵 녀석은 제 품에서 잠들었습니다.

식당 이동 후 녀석을 바닥에 내려 놓으려 하자 깨서 앙~ 울어서 계속 안고 있어야 했는데,

자는 도중에도 수시로 깨어 짜증을 냈습니다.

집에 오면 좀 자려나 싶었는데, 집에 오자마자 깨더니짜증 모드는 극에 달했습니다.

저녁에는 저 뿐 아니라 아이에게 화 내는 법이 없었던 친정엄마와 남편까지 항복!

 

짜증모드는 토요일 밤까지 계속 되었고, 일요일 오전에는 아슬 아슬 했습니다.

점심을 대강 먹고, 낮잠을 재우기 위해 팥빙수 먹으러 차를 타고 나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집 근처에서 개똥이는 드디어 잠이 들었고,

우리는 확실하게 하기 위해 집 앞에서 운전대를 틀어 동네 한 바퀴를 크~게 돌았습니다.

 

녀석은 낮잠 신기록을 수립했는데, 자그마치 4시간!!!

그때 알았습니다.

토요일에 녀석을 그렇게 쉬게 했어야 한다는 것을.

녀석에게는 외출이 아닌 집에서의 휴식이 필요했다는 것을.

집은 세상에서 제일 편히 쉴 곳이라는 것을.

바로 그것을 제가 잊고 있었다는 것을.

 

개똥이 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했습니다.

출산 후 집이 더 이상 나의 휴식처가 아니라고 해서

개똥이 에게도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저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겁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토요일로 돌아가 녀석을 쉬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개똥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강모씨.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sort
1096 [자유글] [시쓰는엄마] 다시 피어나리라 _ 세월호를 기억하는 다섯 번째 봄 난엄마다 2019-04-16 8847
1095 [자유글] 어느날 문득, 그대가 imagefile [13] anna8078 2017-01-06 8824
1094 [자유글] 시 읽는 엄마 - 얼굴 imagefile [3] 살구 2014-12-06 8797
1093 [자유글] <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 따라잡기 imagefile [10] 강모씨 2015-10-10 8780
1092 [자유글] [정보] 꼬마 버스 타요 운행 정보 확인할 수 있는 곳 image [2] 양선아 2014-03-28 8770
1091 [자유글] 탁틴맘, 영화 ‘아이들’ 상영과 감독과의 대화에 초대합니다!(11월 4일) file minkim613 2011-10-26 8738
1090 [자유글] 좋은 글귀하나.. imagefile [2] ahrghk2334 2012-09-10 8724
1089 [자유글] 밀당의 고수 : 알고도 당하는 둘째의 말솜씨 imagefile [6] 윤기혁 2016-04-30 8675
1088 [자유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아들~ [6] sejk03 2011-12-22 8657
1087 [자유글] 아이의 갑작스런 수술, 그리고 병원 이야기 imagefile [15] 안정숙 2014-02-08 8646
1086 [자유글] 아들과 낭만에 대하여 imagefile [4] 새잎 2012-09-22 8645
1085 [자유글] EBS다큐프라임 <아버지의 성> 남편하고 꼭 함께 보세요 imagefile [2] jenifferbae 2012-12-06 8612
1084 [자유글] 세뱃돈 봉투, 좀 더 이뻤으면 imagefile [5] 윤영희 2014-01-27 8600
1083 [자유글] 설이라... 설에 분주한 이 곳 imagefile [4] 난엄마다 2014-01-29 8579
1082 [자유글] 아랫층 주인장의 민폐를 어찌할까요 [8] guk8415 2012-01-18 8565
1081 [자유글] 대안학교도 아닌데…다양한 수업에 지필고사 없어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4-07-01 8556
» [자유글] 결코 가볍지 않았던 후두염 imagefile [10] 강모씨 2012-07-28 8544
1079 [자유글] [토토로네 미국집] 어른들의 실천, 미국의 안전 울타리 imagefile [6] pororo0308 2014-04-26 8507
1078 [자유글] 오랑우탄, 우리 친구 할까? imagefile [4] yahori 2015-12-18 8486
1077 [자유글] “엄마, 세월호 말이야... 요렇게 하면 되지 않아?” imagefile [3] anna8078 2014-05-14 8481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