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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선 육아휴직 못쓰고 애 학교선 자꾸 오래고

법 보다는 직장문화가 ‘일·양육 병행’에 걸림돌


삼성경제연구소, ‘대한민국 워킹맘 실태보고서’


서울의 한 중견 출판사에선 올 초 여직원 세명이 줄줄이 회사를 떠났다. 한결같이 출산과 육아를 퇴직 사유로 꼽았지만 각자 처한 사연은 조금씩 달랐다.


편집팀장이던 김미영(39)씨는 외아들의 초등학교 입학 문제가 컸다. 김 씨는 “지금껏 베이비시터나 어린이집, 유치원 도움으로 회사에 다닐 수 있었다”며 “하지만 학교에 들어가면 교실 청소나 급식 등으로 반드시 부모가 해야 하는 일이 많다고 해서 전업주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나연(32)씨는 연년생으로 둘째를 출산하기 두달 전 그만둔 경우다. 이씨는 “육아휴직 이야기를 꺼내니 편집장이 지금껏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쓴 사례가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며 “1년 정도 아이를 돌본 뒤 재취업을 할 생각으로 회사를 그만뒀다”고 털어놨다. 총무 업무를 맡던 이수진(32)씨는 임신 중에 퇴직을 결심했다. 회사에서 자신을 해고하고 자신의 일을 계약직으로 돌린다는 이야기를 직장 동료에게서 전해 듣고 나서다. 그는 “부당해고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3개월분 임금을 챙겨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그만뒀다”고 털어놨다.


일과 육아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들은 직장이나 가정에서 겪고 있는 가장 큰 갈등 요인으로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이나 만성적인 야근 등 워킹맘에게 불리한 직장 환경을 꼽았다. 또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 현실도 주요 갈등 요인으로 지목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1개 기업 임직원 71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와 19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해 8일 발표한 ‘대한민국 워킹맘 실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워킹맘과 이들의 관리자나 동료 사이에 상당한 인식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워킹맘들은 ‘언제 회사를 그만둘지 모른다’거나 ‘회사에 와서도 가정 일에만 신경 쓴다’ 따위의 선입견으로 직장 생활이 힘들다고 호소하는 반면, 관리자나 동료들은 ‘도전적인 자세가 미흡’, ‘배려를 당연시하는 태도’, ‘업무 몰입도 미흡’ 등을 워킹맘의 문제점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워킹맘 가운데서도 취학 아동을 둔 워킹맘의 고민은 조금 달랐다. 이들은 다른 학부모들과 관계가 소원한 탓에 자녀 학교생활이나 사교육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현실을 주된 애로사항으로 꼽았고, 급식 당번이나 교실 청소 등 주기적인 학교 방문도 큰 부담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는 “한번은 할머니가 학교에 갔더니 애가 울더라. 이젠 점심시간에 택시비 3만원 들여서라도 간다. 그날 나는 점심을 굶는다”라고 토로한 한 워킹맘의 인터뷰 내용이 소개되기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워킹맘 문제는 워킹맘 개인 차원의 갈등 문제를 뛰어넘어 기업 경쟁력은 물론 범국가 차원의 문제”라며 기업과 정부, 지역사회의 공동 노력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퇴직한 뒤 재취업하는 경력 단절 현상을 해소할 경우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14%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도 내놨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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