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그런 줄만 알았지.
모두들 그런 줄만 알았지.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네.
우리 왕국은 그의 왕국이라는 걸.
짓밟히는 건 당연한 것이고
위대한 자는 태어날 때부터 위대하네.
우리가 억 만 번을 다시 또 태어나도
그런 사실에는 변함이 없네.
우리가 억 만 번을 다시 또 태어나도
그런 사실에는 변함이 없네.
세월이 흐를수록 왕국은 커졌지만
웬일인지 양식은 줄어만 가네.
일하는 자들도 점점 더 늘어갔지만
일하지 않는 자도 늘어갔네.
대학 1학년 때 좋아했던 <노래를 찾는 사람들> 4집의 ‘동물의 농장’ 가사다. 10년도 훨씬 지난 지금 가사가 제대로 떠오르지 않아 인터넷을 뒤졌지만 못 찾고 순전히 내 기억 속에서 가사를 끌어왔기에 어딘가 잘못 기억된 곳이 있을 수도 있다.
노래로 접하기 전에 TV에서 만화로 [동물 농장]을 본 적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 우연히. 그 땐 등장하는 돼지들이 싫다, 밉다 정도였다. 대학 때 노래로 다시 접하면서는 ‘노래 가사가 그 내용을 잘 담아냈구나.’라며 한창 열심히 소리쳐 불렀었다.
그러다가 이제야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을 읽었다. 민음사에서 2009년 발행한 세계문학전집특별판 책이다. 아이들이 보는 동화라기에는 좀 두꺼운 듯한, 그렇지 어른이 보는 동화라고 하면 되겠군. 가벼운 맘으로 다 읽었다. 이미 다른 책에서 책의 전반적이 내용을 많이 접했기에 생각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값진 선물을 발견했기에 읽고 바로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다.
바로 필자의 에세이다.
‘자유와 행복’, ‘나는 왜 쓰는가’라는 두 에세이는 시공간을 초월해서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듯했다. 작가는 글을 쓰게 되는 네 가지 큰 동기가 있다고 한다. 그 중에 내가 글을 쓰려고 하는 것은 어디에 속하는가도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글을 옮긴 도정일씨의 작품해설도 나의 맘을 다시 한 번 꼬옥 짚어주었다.
‘ 『동물농장』이 함축하는 메시지의 하나는 동물들의 무지와 무기력함이 권력의 타락을 방조한다는 것이다. 독재와 파시즘은 지배 집단 혼자만의 산물이 아니다. 권력에 맹종하고 아부하는 순간 모든 사회는 이미 파시즘과 전체주의로 돌입한다.’
MBC 노조 파업과 최근 이슈인 김광준 부장검사 비리 등 사회 돌아가는 것를 바라보며 이 소설이 완성된 1944년, 작가가 바라보았던 시대, '동물농장'과 같은 곳이 지금 이 시대에도 사회 곳곳에 숨어있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나는 이를 모르고 있거나 무기력하게 방관하고 있지 않은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삶의 순간순간 나 자신에게 이 질문을 던지며 살 것이다.
아, 내가 책을 읽는데서 행복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