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매가 주말 내내 붙어앉아 놀다가 싸우다가 웃다가 울다가 그러더니만
일요일 밤, 네살짜리 막내까지 오빠랑 자고 싶다며 큰아이 방으로 몰려갔다.
'같이 자면 불편한데...'그러면서도 마음약한 오빠는 그러라고 하고
엄마는 이게 웬 떡인가 싶어 냉큼 동생들 이부자리까지 깔아주었다.
마침 남편도 숙직.
혼자 자 본 지가 도대체 몇 년 전이었던가.
장장 11년 동안 나는 누군가와 함께 잤다.
그나마 아이들이 없을 때는 알콩달콩 재미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내 자리는 점점 좁아져가고
몸부림치는 애들 틈에 발뒤꿈치로 얻어맞지나 않으면 다행인 밤들이 일상이 되었다.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서 홀로 여유있게 사는 미혼여성들을 보면서 '혼자 큰 대자로 뻗어 자면 얼마나 개운할까'며 부럽기만 했는데
예고없이 그 날이 온 것이다.
건넌방에서 깔깔대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잠잠해지고
밤이 주는 고요 속에 홀로 누워 팔다리도 있는 힘껏 벌려보고
이쪽 저쪽으로 돌아누워도 보고 왔다갔다 굴러도 보다가
겨울바람소리가 을씨년스러워
거실로 나가 텔레비젼 채널만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12시가 훌쩍 넘어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아이들은 어쩌고 있나?
참 내, 이부자리 모퉁이에 다닥다닥 붙어 자고 있는 삼남매.
걷어찬 이불 덮어주고 얼굴 한 번씩 만져보고
다시 안방으로 들어와 잠을 청한다.
혼자 자기에 방이 참 넓군
남편은 뭐하고 있을까, 숙직을 핑계로 혹시 딴 데로 샌 건 아닐까?
그래도
혼자 자니 좋다
좋다 아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