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리와 같이 놀아달라는 소리가 대부분이었던 우리 집 거실 풍경이 변해가고 있네요. 덕분에 아빠는 피곤해졌습니다. 이 책 한 권에 투자된 시간의 효과이지요. ^^
책을 처음 받던 날. 꼬마와 아빠 보는 앞에서 포장을 뜯었고, 아이 책은 꼬마에게 놀이책은 아빠에게 안겼습니다. 꼬마에게 귓속말을 했지요 “아빠랑 이제 이 책에 나와있는 놀이를 하면서 놀면돼” 그리고 남편에겐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꼬마의 지금 시간은 금방 지나가버릴 거고, 굉장히 소중한 때”라고..
뭐 열심히 놀아주라는 협박이었겠죠? ㅋㅋ..
이리하여 아빠에게 건너간 책이 처음엔 거실에 굴러다니다가 노트북 받침으로 쓰였습니다. 며칠 후, 책을 잘보이게 곱게 놔두고 눈총을 날리기보다 (그러다 남편 본인은 눈총받았다 생각하겠지만) “이 책으로 서평 쓸거야. 보고 아빠 관점에서 평가 좀 해줘” 했더니, 벼락치기 공부하듯 놀이가 펼쳐집니다.
이건 준비물이 없어서 패스~, 이건 얘가 못하는 거니까 패스~, 엄마랑 같이하는 건데 (전 밥하는 중) 패스~…. “패스”만 외치더니.. 이윽고..진지하게 몇 가지 놀이를 시작하셨지요. 종이컵도 쌓고, 뛰고, 목마 타고, 식탁의자 끌어다가 이불 걸쳐 텐트도 설치하고..
우리 아빠가 이렇게 재밌게 놀아주기도 하는 구나 완전 신난 꼬마와 아빠는 싸우다가 친해지다가, 혼내다가 야단맞다가 지지고 볶습니다. 그 동안 바쁜 직업 때문에 아들래미와 놀 시간이 부족한 아빠를 둔 아들이 무척 안쓰러웠던 제 감정은 조금 위안받은 듯 했습니다. 아니, 그 시간 동안 행복하게 요리했습니다!!!! 제가 바라던 우리 가족의 모습은 이런 거였다니까요..그래요.. 멀리 있지 않았어요. 이 책 한 권에 있었어요…
아이와 산책하기, 아이를 아빠 곁을 빙빙 돌게 하는 인공위성 놀이를 지적하며, 자기도 쓰겠다며 툴툴대는 아빠였지만.. 전 지금은 놀이의 내용이 제일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빠와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을 위한 거니까요..
아빠와 아들이 놀기가 어려운 이유가 뭘 하고 놀아야 할지 몰라서였을까요? 사소하게 시작 되지만 풍성한 놀이를 만들 수 있는데.. 쑥스럽고 귀찮은 아빠들을 위해 엄마가 들이밀어줘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등 떠밀듯 시작했지만, 아들과 친해지기 시작한 아빠의 어깨는.. 아빠로서 더욱 튼튼하고 당당해 보였습니다.
전..좋네요.. 잊을만하면, 소원해질만 하면 이 책 꺼내주면서 꼬마를 아빠에게 보내주렵니다.
놀아줘 아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