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왕국.
어른인 내가 봐도 참 눈과 귀가 즐거워지는 애니메니션이다.
29개월 아이에겐 아직 너무 어려서 보여주기 뭣했는데, 동네 또래 아이들이 얼집에서 보여줬다는 말을 듣고, 여차저차 상황상 보여주게 되었다.
그런데 그 후로 지금껏
우리는 매일 겨울 왕국 연극을 한다.
하루에도 십여차례를.
렛잇고 렛잇고.... 그 렛잇고를 외치며 침대에 올라간다. 거기가 성.
올라가기 전에 손수건으로 (서랍장에서 손수건과 천기저귀, 수건을 모두모두 꺼내 바닥에 겹쳐서 거실부터 침실까지 주르르륵 펼쳐놓으면, 그것이 계단)계단을 만들고,
인형 몇개를 준비, 그 중 하나는 울라프, 또 다른 하나는 한스왕자, 다른 하나는 순록 뭐 이런식으로. 되는대로...
대부분은 자신이 엘사여왕(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이미 엘사여왕을 가리키며 말했다. "레아야." 라고... -항상 제일 이쁘거나 맘에 드는 캐릭터를 자기라고 한다)
엄마는 안나공주. 열심히 렛잇고를 외치며 노래를 부르면 내가 인형 하나를 끼고 대사를 읊조린다.
"언니를 찾아야해. 어 너는 우리 언니가 만든 눈사람? 언니가 어디 있는지 아니? 안다고 나를 데려다줘.
이건 언니가 만든계단? 어 저건 언니가 만든 성?
언니 언니 언니 나랑 같이가 "
뭐 이런 식의 대사를 한다.
그럼 우리 딸은
"안돼 혼자 가 안돼 쉬익(몸을 휙 돌리며 소리를 꼭 내야함)"
"으윽" 쓰러진다.
성으로 돌아옴.
한스왕자가(너무 많이 해서 피로가 엄습하면 엄마는 이미 이름도 생각 안난다. 그때마다 아이가 콕 집어서 "한스왕자야"라고 말해준다. 왜냐.. 우린 나레이션도 하기에.. 안나를 가둬서(쿠션으로 주변을 빙 막아두고 가둬진 상태를 묘사) 쓰러져있고, 엘사도 감옥에 갇힘. 그러다가 엘사는 밖으로 나와 걸어감. 안나도 눈사람 덕분에 나옴. 그때 한스왕자가 엘사에게 말함. "엘사여왕 당신때문에 당신동생이 죽었어." 그러면 쓰러져 움. 그때 한사왕자가 칼을 빼들고(칼이 없으므로, 크레파스, 스펀지 등등 길죽한 거 아무거나 들고) 내리침. 그때 안나 달려와 "안돼"를 외치며 얼음이 되고(이 모습이 명장면. 밥먹다가도 갑자기 빙의되어 얼음되었다고 의자에 올라가 서있기도 함), 엘사가 안나를 안고 울면 다시 살아나고 두 팔을 벌리면 눈이녹고, 그리하야 꼭 빼놓지 않는 장면. 스케이트장 만드는 것. 거기서 빙글빙글 스케이트 타면서 끝. (쓰기도 힘들구먼 -.-')
다섯번정도 재연하면 정말이지 힘이 들어서 짜증이 날 지경이 된다. -.-'
재연이 거듭될 수록 대사는 짧아지고 극도 짧아진다. 역할을 나눈 엄마의 의도로.
이걸 벌써 몇주째...
도서관이건 길이건 성당이건 밖에서도 렛잇고 렛잇고.... 그 노래의 리듬은 아나, 아는 구절은 그것밖에 없어서 렛잇고만 외치며 돌아다닌다..
아... 제발 작게 작게... 쉿...을 외치다가도 에고... 누가 알아듣겠냐.. 싶어 포기!
레아야 우리 이제 그만 하자...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