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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이번 2월, 주말마다 눈 때문에 난리네요.

지난 주말도 폭설이다 했는데, 이번 주말은 현관문이 제대로 안 열릴 정도로 더 많이 내렸답니다.

눈에 익숙하지 않은 수도권 주민들은 눈 치울 도구나 긴 장화같은 걸 제대로 준비할 새도 없이

허둥지둥할 뿐인데, 눈 온 뒤에 비까지 내려 길은 엉망이고 토요일 오후쯤부터 겨우 그치고 나서

밖을 나가보니 글쎄 무릎 높이까지 눈이 쌓여 집 주변을 몇 발자국 걷는 것도 겨우겨우..


금요일엔 눈보라가 너무 거세어 둘째 유치원도 쉬게 하고 집에서 지냈는데

현관 앞부터 눈이 쌓이니 좋아라 하고 아이는 밖에서 놀려고 하는데

지난 주 내린 눈도 채 녹지않은 상태에서 그 위에 쌓이다보니 너무 위험한 거예요..

아이가 갑자기 시야에 들어오지않으면,

눈에 파묻히지 않았나 겁이 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내렸지요.

조금이라도 치워둬야 마지막에 힘들지 않겠다 싶어 한참을 눈을 치우는데

곁에서 놀던 아이가 안 보이고 큰 소리로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어 깜짝 놀랐는데,

다급하게 현관문을 열어보니 발등에 눈을 얹은 장화가..^^

장화 주인은 눈밭에서 걸을 수 조차 없었는지, 집안으로 자진후퇴해서 장난감으로 놀고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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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 모르겠다, 다 그치고 나면 치우자 싶어 집안에서 큰아이가 무사히 돌아오길 기다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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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집안 온도가 13도.. 실내온도가 이렇게까지 내려간 적은 처음인데,
밖이 얼마나 추웠던지 이 정도 온도에도 집안은 포근하게 느껴질 정도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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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저번주만큼이야 오겠어? 하며 장을 많이 봐두지 않았더니, 집에 간식 먹을게 하나도 없고
먹보 둘째는 5분 간격으로 부엌을 뒤지러 오고 해서, 오랫만에 베이글을 만들어 봤어요.
집안에서 따끈한 빵 구워먹으며 창밖의 눈 보는게 좋기는 한데,
디즈니의 <겨울왕국>에서 그렇게 아름다웠다는 눈도
이게 생활과 연관되다보니, 걱정스럽고 위험하고 많은 사람들의 일과 일상,
대중교통까지 마비시킬만큼 두려운 자연재해가 되더라구요.
남편이 다니는 회사에서도 큰 사고가 일어나 마음이 조마조마했는데,
쌓인 눈 속에서 각종 배달을 하시는 분들 얼마나 위험하고 힘드셨을까.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라는 말, 함부로 쉽게 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이번 눈을 보며 했다 하셨는데 정말 그렇더라구요.

눈보라와 추위 속에서 많이 고생하신 분들, 집이 없는 노숙자분들은 무사하셨을까..
보일러 온도를 올리면서, 따뜻한 음식 먹으면서도 안절부절한 주말을 보냈네요.
아이 키높이만큼 쌓인 눈 치우느라 온 몸에 생긴 근육통과도 함께.

부디 한국이나 일본이나 많은 피해없이 무사히 겨울이 끝났으면 합니다.
봄아 봄아 빨리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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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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