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선 아이들에게 어떤 봉투에 세뱃돈을 넣어 주나요...??
저희 식구가 한번씩 한국나가면 친척분들 댁을 차례로 방문하거나, 저의 친구집을 놀러가거나
할 때, 아이들을 오랫만에 보는 탓인지 꼭 명절이 아닌 때에도 돈을 챙겨주시더라구요.
그럴 때마다 '00은행' 로고가 박힌 하얀 봉투를 보게 되는데
저는 그때마다 아.. 여기가 정말 한국이구나^^하는 실감이 들어, 웃음이 나곤 한답니다.
주시는 돈을 냉큼 받기 죄송한 분들께는 이러시면 안된다며 절대 사양하는데도
마구 꾸짖으시며^^ 허둥지둥 따라나오셔서 막 문이 닫히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던져주시거나,
출발하려는 차를 온몸으로 막으시며 차창 안으로 봉투를 던져주시기도..ㅋ
외국살다가 가끔 한국가서 보는 그런 풍경은,
정답기도 하고 어르신들이 그러시면 너무 귀여우세요.
구겨진 은행봉투로 주셔도, 때론 봉투도 없이 맨몸(?)의 돈으로 받아도 아이들은 늘 좋아하죠.
돈에 대해 잘 모를 어릴 때도, 어른들께 봉투나 선물을 받는 순간은 자기 자신을 누군가가
챙겨주고 인정해주는 기분을 느끼게 하니까요.
그래서, 이왕이면 세뱃돈을 비롯해 아이들에게 주는 각종 의미의 돈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봉투에 담아주면 더 좋겠다..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일본은 아이들에게 주는 돈을 넣는 봉투가 용도별로 정말 다양하게 사용되는데,
해마다 설날이면 두 아이가 여러 어른들께 받은 세뱃돈 봉투를 다 모아보면 참 재밌어요.
일단 크기가, 봉투를 받을 주인공인 아이들 손 크기에 맞게 작은 사이즈가 많고,
보통 남녀 아이 성별에 따라 구분해서 주는 경우,
할머니 할아버지는 열 두띠 동물 그림 등이 그려진 전통적인 스타일의 봉투거나
삼촌, 이모같은 젊은 어른들은 센스있게 그 아이가 지금 딱 꽂혀있는 캐릭터를 아이 부모를 통해
미리 사전조사(?)해서 구해놓고 거기다 돈을 넣어 건네준답니다.
그걸 받은 아이들은 뛸 듯이 좋아하구요. 유아들일수록 사실, 돈 자체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 봉투만 보고도 기뻐하며 한참을 놀곤 하는데..
은행봉투처럼 크기가 크지않고 실제 지폐크기에 딱 맞아 봉투가 잘 구겨지지 않으니
다음에 재활용해서 쓰는 경우도 많지요.

설날이 지나고 나면, 곧 입학과 졸업 시즌이 시작되는데, 이건 유치원 입학 축하금을 넣는 봉투.
아이들의 신발과 가방 그림이 귀여운데, 새로 시작되는 삶의 첫 발을 잘 딛길 바라는 마음이
봉투에서부터 느껴져, 전해주는 사람 마음을 잘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저도 아이들이 유치원, 초등학교 입학 때 이런 봉투에 든 축하금을 여러번 받았는데
아이들 입학을 앞둔 부모는 사실, 굉장히 분주할 때고 마음도 어수선, 불안할 땐데
이런 소박한 봉투를 받아드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져서 참 행복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돈드는 일이 많은 시기인만큼 봉투 속의 내용물이 더 반가운 건, 말할 것도 없고^^
올 봄에도 조카가 두 명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인데
어떤 봉투에 넣어 선물할까, 우리가 받았을 때 고맙고 행복했던 것 처럼
그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이쁜 봉투에 넣어줘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어요.
사실 형식이 뭐 그리 중요한 건 아니지만, 봉투가 이쁘면
웬지 주는 사람도 설레고 기분이 좋더라구요.
세뱃돈 봉투뿐 아니라, 아이들이 쓰는 일상적인 물건들이 좀 더 이뻤으면 해요.
과장된 형식이나 큰 비용이 드는 게 아니라면, 소박하더라도 아름다웠으면..
나는 세뱃돈 봉투에 왜 이리 집착을 하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하는데,
그건 아마 어른이 되면 못 받기 때문 아닐까?
어린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같은 거니까
이왕이면 좀 더 이쁘게, 이왕이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으로,
좀 더 진화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2014년 설날을 앞두고 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