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왼쪽에 루가맘님 내외분과 두 아이들, 그 다음 저희 부부,
신순화 님과 따님, 빈진향님, 분홍구름님, 양선아 기자님.
지난 금요일 서울 영등포의 하자센터에서
한겨레신문 육아사이트 베이비트리의 신년모임이 있었다.
베이비트리 고정필자 중 한 분이신,
하자센터에서 '밀양'을 주제로 한 사진전을 개최하고 있던
빈진향님의 초대로 마련된 자리였다.
맨 오른쪽에 난엄마다님과 아드님.
마침 신발을 벗고 엉겨 붙어 놀 수 있는 공간이 벽을 따라 펼쳐져 있었고,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사이좋게 뛰놀았다.
떡과 케이크와 과일과 샐러드와 김밥과 빵과,
향긋한 커피와 누군가 선물용으로 싸오신 팥꾸러미까지.
어찌나 군침이 돌던지,
언니들과의 대화에 귀를 쫑긋 세우랴
열심히 젓가락질을 하랴, 임신부는 내내 바빴다^^
그리고 일본에서 날아온 윤영희 님의 선물.
문득 대학교 때 한 장면이 떠올랐다.
역사기행 동아리였던 우리는 학기 중 매달 한 차례씩 역사기행을 떠났는데,
술자리가 질펀해질 때쯤 나오는 선배들의 고정 레파토리가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없는 모람들을 기억하자!"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냥 멋있어 보이려고 하는 말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나도 그런 말을 하는 선배가 되어 있었다.
사정 상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이들,
무슨 핑계를 대서든 빠져야 했을 이들의 심정까지 헤아리자는 뜻이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마 이 날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오고 싶어도 시간이 안 돼서 못 오는 분들,
왠지 어색할 것 같아 차마 걸음하지 않은 분들도 있겠지.
다음번엔 좀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
다들 그런 마음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베이비트리 모임에 처음 나간 우리 부부.
고정필자도, 특별한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 달려간 자리였다.
귀촌이야기, 책 이야기를 관심있게 들어주셔서 감사했다.
조금은 낯설면서도 따뜻한, 보송보송한 분위기가 내내 이어졌다.
아이를 낳은 뒤 새롭게 얻은 소중한 것 하나는
바로 엄마, 부모들의 '연대'가 아닐까 싶다.
나이가 들수록 나를 꺼내 보이는 일이 점점 버겁게 느껴지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누군가와 소통하기를 원한다.
서로 인정받고 인정해주고, 보듬어 주고, 사랑하고...
각자가 처한 상황도, 위치도, 고통의 강도도, 가치관도 다르지만
엄마, 부모라는 이름으로 친구가, 동료가 될 수 있다는 것.
참 멋진 일이다.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연대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다음 날 다시 서울을 떠나오면서
베이비트리 분들과 자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기회가 되면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화순으로 초대하고 싶다는 생각도.
아무튼 여러모로 봄 날이 참 기대된다.
*사진 도움 : 빈진향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