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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든다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떄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꽃게는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끝으로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젖을 끊으며 이 시가 생각났다. 젖은 말라가고, 대신 간장같은 시간들이 스며든다. 이렇게 간장 같은 시간들이 다가오면 아이와 나는 하나씩 둘씩 익숙하던 것들과 이별하고, 조금씩 홀로 서게 될 것이다. 밤이면 젖을 찾아 엄마 품을 파고드는 딸아이를 껴안으며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괜찮아, 괜찮아.' 누굴 향해 하는 말인지도 모를 말들을 계속해서 속삭였다.
먹먹한 게껍질처럼 가슴이 먹먹하고 허전해 자꾸 만져본다. 아이도, 나도.
딴 이야기. ^^;
이런 마음을 아기 엄마 동무들에게 이야기하니 한결같이 다들 '둘쨰 가져!' 라고 이야기하더군요. 답은 먹먹한 가슴을 다시 젖으로 채우는 수 밖에 없다면서요. 하하하.
잘도 흘러가는 시간 덕분에 아이도, 저도 첫번째 관문을 잘 통과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