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g 감자 택배 한 박스 15000원. 박스 값 떼고 택배비 떼면 만원이 채 남지 않는데 그래도 팔 곳이 없어 공판 내는 이웃들 처지에 비하면 나는 양반. 상호네는 열두마지기 감자 1500포대를 얼마에 팔았더라. 이장님은 중간상인하고 실랑이 하다 홧김에 결국 저장고에 넣었다지. 작년에도 저장고에 넣었다가 올 봄 20kg 한 박스를 짬뽕 한 그릇값에 넘기셨댔는데. 농사지어 밥 먹고 사는 일은 마술같은 경영. 해마다 뻔히 적자가 나는데도 다들 봄이면 밭을 갈고 씨를 넣나니 재벌 총수들은 주주 눈치보랴 형제자매 지분싸움에 머리 아파하지말고 이곳에 와서 지속가능한 분식회계의 기술부터 배울 일이다.

TV가 없어 좋은 점은 가늠도 안되는 숫자들만 줄기찬 뉴스에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 전관예우 받아 한 달에 몇 억을 벌었대더라, 재벌 2세는 감방에서도 몇 십억씩 월급을 받았대더라 따위의 뉴스는 정신위생에 먼지만 끼얹을 뿐 노린재 똥만큼도 이롭지 않은데 이상도 하지. 다들 로또 외에는 닿을 길 없는 저 숫자들을 향해 까치발은 물론이고 장대높이뛰기도 마다 않는다. 왜 아니랴. 나도 그랬는데.

천만원이 기본단위인 세계에서 일했었지. 떨어지는 떡고물을 받아먹고 사는 처지였음에도 눈만 높아져서 말끝마다 억억거리며 살았더랬다.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울지언정 고객은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야했고 골프채를 빌릴지언정 라운딩에 끼지 못해 안달이었다. 그게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고 배웠고 배웠으니 써먹으려다 찢어진 가랑이는 당연히 치루어야 하는 통행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랑이가 아파도 너무 아프더라.

그 가랑이에 톰 포드의 양복 대신 6천원짜리 냉장고바지를 껴입은 지금, 바람부는 마루에 앉아 생각한다. 이 땡볕에 바지는 무슨. 아랫도리만 가리면 되지. 그래. 감자 한 박스 팔아 이리 시원한 바지 한 벌이 어디람. 1천억 달러를 주고도 계란 3개 못사는 짐바브웨라는 나라도 있다는데. 재벌 2세와 나는 어차피 다른 나라 사람. 짐바브웨 재벌 2세보다야 감자 박스 보조금도 나오는 한국 사는 내가 좀 낫지 않겠냐고 간신히 자위하려는데 젠장, 세월호를 대하는 나랏님들 꼴들 보라지. 있던 애국심도 달아날 판.

- 농부 통신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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