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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도착한 날부터,,,

나는 이 책을 의도적으로 피했었다.

이미, 양선아기자가 쓴 서평을 읽어봤던지라,

어떤 내용일거라고.. 예상이 되었기에.. 일부러 이 책과 최대한 멀리 떨어져지냈다.

그러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빨리 잠든 날...

'그래,, 가벼운 마음으로 읽자. 난 아직 초등학교, 중학교 다니는 애도 없고,

애한테 공부, 공부, 강요하는 부모도 아니니까.. 뭐.... 괜찮겠지' 싶어서.. 책을 펼쳤다.

 

책 내용은,, 심리치료를 하는 저자가 상담한 사례들로,,,

무엇이 문제이고, 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가야할지 질문을 던져준다.

고로,,, 어려운 책은 결코 아니다.

그냥 스~윽 보면 짧은 시간에도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책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꽤 오랜시간에 걸쳐 읽어야했다.

잘 읽혀지지가 않았다. 

상담 사례 하나하나를 대할 때마다,

지난 날의 내 모습, 그리고 엄마, 아빠의 모습이 떠올라.. 깊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눈은 책에 박혀있지만, 머릿속은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어질러울정도였다.

 

이제와서 인정하긴 싫지만,

나는 이 책에 나오는 '희생자' 였던 모양이다.

그래,,, 그래서 이 책이 읽고싶지 않았던거야....

 

언니와 나. 이렇게 딸만 둘인 우리집에서..

나는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언니는 몸이 약해서 늘 예민하고, 엄마의 손이 많이 가는 반면,,,

나는 보약한번 먹은 적 없는데도 아무탈없이 건강하게 자랐고,

한글이나 숫자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어느날보니,, 책을 읽고 있더라고 .. 아빠는 늘 말씀하셨다.

 

그래서인지... 부모님은... 나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일때문에 바쁜 엄마는 나를 위해 학교, 담임선생님, 반 아이들에게 뭐라도 해주기위해

돈을 써야했고,, 반장을 뽑는 날이면 무조건 나는 손을 들어야했다.

그렇게해서.. 나는 반장 아니면 부반장.. 실장 아니면 부실장을.. 고등학교1학년때까지 해왔다.

내가 꼭 하고 싶어서 했던 적이 몇번이나 있을까.........

하지만 이런 건... 진짜 나의 상처와 견줄수 없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그 날..

초등학교 4학년? 5학년 정도 되었을땐데... 기말고사를 본 후...

점수가 좋지 않아,, 빨간 색연필로.. 시험지에 적힌 점수를 몰래 고쳐서 엄마를 보여드렸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시던 엄마는.. 어떻게 아시곤....

어디서 거짓말을 하냐며.. 나를 내쫓았다.

무척 추운날이었는데.. 내복만 입혀서 문밖으로 던지듯 나를 버려놓고,,

문을 쾅 닫았다.. 전에는 울면서 잘못했다고 했지만,, 그날은.. 용서해달라고, 잘못했다고,,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울지도 않았다.

그렇게 내가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시험점수를 고치게끔 만들었던 엄마에게 무척 화가 난 상태였다.

옆집 아줌마는... 내가 안쓰럽다며 집안으로 들어오라 하셨고,,

난 오기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으나... 결국 아줌마 손에 이끌려 그 집에 있다가 나와야했다.

그날,,, 어떤식으로.. 상황이 마무리되어 내가 집으로 들어갔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질 않지만,,, 내가 입었던 옷과 색깔은 선명하게 기억이난다.

아파트 계단에서 떨면서.. 한없이 웅크린 내 자신을 그토록 오랜시간 들여다본적이 없었기에....

 

중학교에 들어간 후... 입학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자,,,

학교와 부모의 기대는 한층 높아졌다..

나는.. 책 속에 등장하는 '희생자' 들처럼.. 친구들과 약속날짜를 정한 뒤, 몸이 아파서 못 나갈것 같다고 말하곤 그 시간에 공부를 했다.

그러다 몰래 공부한 흔적을 친구들에게 들키기라도 하는 날엔...

친구들의 비아냥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넘기곤....

혼자서 가슴을 쥐어뜯었다..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가 도를 넘을 땐...미친척 미신을 믿기도 했다.

머리를 감으면 머릿속에 있는 내용들이 빠져나갈까봐 일주일동안 안감은 적도 있고,

..... 별별 미신들을 다 시행해봤었다..

불안감때문에 잠을 설치며 악몽을 꾸는 건... 으레 당연지사였다.

 

그러다가 중3, 2학기 무렵.. 나는 점점 공부가 싫어졌다.

실장이라 가뜩이나 반 아이들과 친분관계를 잘 유지해야 하는데...

공부까지 잘해야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팠다.

공부하라는 부모님의 잔소리도 싫고, 너무너무 독하고 강한 엄마가 무섭기까지 했다.

왜 이렇게 살아야하는지,, 꼭 대학을 나와야만 하는지... 현실이 견딜수 없게 싫증났다.

 

그래서.. 나는... 그만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소위 '노는 아이들'과 어울리며 학교가 끝나면 노래방, 피시방을 내집처럼 편하게 드나들었고,

남학교 아이들과도 어울려 불량스럽게 놀기도 했다.

손을 대선 안되는 것들도,,,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 무서울게 없었다.

그렇게 내가 타락하는 동안..., 교복치마는 한뼘이나 짧아져있었다.

정상을 유지하던 성적은... 점점 떨어지더니 어느덧 바닥을 쳤고,,

엄마와는 대화가 사라졌으며,, 집에서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그렇게 일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 나와 어울리던 친구들이 정학을 맞으며

나의 방황기도 마침표를 찍었다.

나는... 나는... 정학을 맞지 않았다...

여기엔.... 내가 너무 순진해서.. 잠깐 친구들의 꼬임에 넘어갔을거란 선생님들의 선입견이..

어느정도 개입했을거라 생각한다..

집에서는.... 외출금지가 선언되었다.

고등학교 1학년이 외출금지라니........

 

<대한민국 부모>를 읽으며...

지금 이 책을 읽는 부모들은.. 어쩌면 대부분 '희생자'에 가까울거란 생각을 했다.

우리 부모님들은 배움보다 먹고 사는 문제에 급급했던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며 자랐으니..

배움에 한이 맺혔을게고... 그러한 '한'이 자식들을 남부럽지 않게 가르치고 대학보내며 직장까지

해결해주려하는... 책속의 부모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절대로 절대로.. 내 아이들을 공부공부 하며 키우지 않겠다고..

남편과 이야기했다..

내 부모가 나에게 그렇게 스트레스 줬던 것을 경험삼아...

내 아이는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그렇게 키우고싶다.

되도록이면 학생수가 적은 시골학교를 보내려고 알아보는 중인데...

급식도 친환경으로 건강하게 나올 뿐더러,, 맘껏 뛰어놀며 취미활동을 키워주는데에

힘을 쏟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공부를 아예 안시킨다는 뜻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수학, 과학, 영어 등에 노출은 시키되,,

아이에게 강요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면 적극 지원해주고,,,,

또 지금처럼 남편을 쭉 존경하려한다..

그래야 아이들도 아빠를 친근하게 대할 것 같다.

 

요즘 나는... 소설가 공지영의 책 제목처럼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난 너를 응원할 것이다>

이 말이.. 사실.. 부모들에게는 굉장히 지키기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대한민국 부모>를 쓴 저자도 딸아이가 대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하자..

그 과정을 지켜보는 부모로서 불안과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가 어른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이 과정을 견디는 것 뿐이라며 아이의 불안한 성장을 지켜보며 감내해야 하는 것이 나 자신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마지막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내가 가장 집착할 수 밖에 없는 대상인 아이에게서 독립하는 것. 아이가 나에게서 독립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이에게서 독립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핵심이라며.....

 

아..... 이렇게 나도 대한민국 부모가 되어,, 지난 날의 내 상처와 마주하는 날이 올거라곤....

상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이런 시간을 갖고 보니...

그날의 아픔에 대일밴드 하나를 살포시 얹은  기분이다.

다음에 들여다본다 한들.. 그 상처가 없어지진 않겠지만,,, 지금보다야 아물어 있겠지...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베이비트리는 대체 뭐길래,, 나의 과거사를 한치의 망설임없이 스스로 밝히게 하는가.....

어쩌면.. 베이비트리 : 나 = 낚싯바늘 : 넙치 ???넙쭉넙쭉 잘도 무는.......???

 

킥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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