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두 문제만 옮겨본다.
[문제 1] 세로의 길이가 가로의 길이의 2배인 직사각형이 있다. 이 직사각형의 가로를 4Cm 잘라내고, 세로를 3Cm 잘라내어 만든 직사각형의 세로 길이는 가로의 3배이다. 처음 직사각형의 가로의 길이를 구하라.
[문제 2] 등산을 하는데 올라갈 때는 시속 3Km로, 내려올 때는 다른 길을 시속 4Km로 걸어서 모두 1시간 30분이 걸렸다. 총 5Km를 걸었다고 할 때 올라간 거리를 구하라.
“엄마가 문제를 푸는 데 너보다 조금 나은 것은 문제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정확히 알아낸 것인데 이건 독서력과 관계 있겠지? 대부분의 문제들이 결국은 문장 이해력이 전제되어야 하거든. 그리고 생각하는 능력도 필요하지. 수학 공부의 가장 큰 목적은 사고력이야.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스스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알아내고 그것을 적절하게 적용시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얼핏 보면 우리 생활과 아무 관련이 없어 보였지? 엄마는 그게 바로 우리의 생활이라고 생각해.”
이 대목에는 난 아이가 제대로 알아듣는 걸까 하며 예슬이의 표정을 살폈다. 나는 아이에게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가 살면서 참 많은 문제에 부딪히잖아. 물론 수학 문제 말고. 그럴 때 결국은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거든. 결국 자신의 생각과 노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렇게 수학 문제를 풀면서 길러놓은 사고력과 논리력이 그 기본이 되어준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엄마가 아무리 설명을 잘해주어도 결국은 네가 생각해서 풀어야만 네 실력이 되는 거야. 왜 안 되는지 아니? 문제를 푸는 방법이 꼭 한 가지만 있는게 아닌데 너는 엄마가 설명해준 그대로를 암기해서 하려고 하기 때문이야.”
- 중략 -
다른 사람들은 다 쉽게 푸는 문제를 나만 못 풀고 있는 것 같을 때의 그 심정. 그리고 엄마가 끙끙대기는 했지만 문제를 풀어 결국 답을 찾아내고 골대에 골이 들어간 듯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그날 난 심하게 오버했었다) 자신도 그런 느낌을 경험해본 적이 있기에 그 즐거움이 새삼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예슬이는 그날 이후 수학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내가 풀어서 설명해준 문제집은 두고 다른 문제집을 하나 다시 샀다. 엄마가 설명해준 문제들은 엄마의 설명이 강하게 남아 결국 자기의 생각을 방해한다면서. 그리고 스스로 풀어서 해결한 문제가 주는 즐거움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예슬이는 수학 점수가 좋지는 않지만 누가 물어도 수학을 좋아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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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예슬이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데, 하물며 월급 받고 일하는 사회인이...
앞으로도 제게 정답을 요구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아마도 무서워서? ㅋㅋ)
강모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