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이였던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베이비트리의 itoyoon77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을 최근에 읽게 되었다.
그 때 브리콜라주(있는 재료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만들어 내는 것)란 말을
처음 접하면서 ‘그래 이런 거야. 나도 하고 있었구나.’라며 속으로 뿌듯했었는데
그 때부터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지 하다가 이제야 그 기회를 잡았다.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 -고미숙-
책을 빌리고도 책을 펼쳐
‘입구’ -보통 서문이라고 할 텐데 이 책에는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어 있었다.
책의 끝엔 ‘출구’가 있다. 이런 다른 표현들이 왠지 마음에 들었다 -를 보기 전엔
사주팔자 이야기를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앞부분부터 나의 무식함이 탄로 났다.
사주팔자다 점이다 이런 모든 걸 싸잡아 미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천간과 지지는 한자로 주로 쓰는데 그 22개의 한자도 헷갈렸으니
‘고로, 앎이 곧 길이자 명이다!’란 말이 가슴에 콕 박혔다.
‘학교 다닐 때 한문 시험은 90점이 뭐야, 늘 그 이상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런 기본 한자도 모르고 나야말로 시험을 위한 공부만을 했었구나!
이런 게 내가 받아온 공교육의 병폐야.’ 싶었다.
아니, 이젠 그 누구 탓이 아니라 내가 그동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것이다.
박노해 시인의 ‘시대고독’이란 시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그 외에 많은 책들이 등장한다. 당연히 따로 체크해두었다.
솔직히 베이비트리에 책 후기를 올리려고
이 책을 천천히 한 번 읽고 다시 주요 내용들을 뽑아 자판으로 입력하며 두 번 읽었다.
누가 “이 책 어때요?”라고 한다면
“좀 어렵지만 읽고 나면 나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내 운명의 주인으로서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라서 교육, 육아로도 연결된다.
책에 설명된 사주팔자를 해석하는 방법으로 내가 직접 해본 것은
만세력에 나의 생년월일시를 입력하여 나의 사주팔자를 알아 본 것이다.
나의 사주팔자에 용신, 대운, 세운까지 나왔지만 해석은 여전히 힘들었다.
서점에 들러 만세력을 직접 찾아 펼쳐보았는데
‘헉! 만세력 보는 법부터 배워야겠군.’이란 생각이 먼저 스쳤다.
골목길을 가다가 무심코 스쳐갔던 철학관 간판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고
거기다 하나 더 길흉을 바라보던 내 생각에도 금이 갔다.
오늘의 운세를 볼 때 길하면 좋아라, 흉하다고 하면 조심해야지라며
손바닥 뒤집듯 이랬다 저랬다했던 내 맘이 좀 담담해진 것이다.
사주팔자와는 생뚱맞아 보이는 양자역학이 함께 등장하여
내가 바라보는 세계가 더 넓어졌다.
저자가 글을 쓴 목적이 독자인 내게 전달되었다고 할까,
일단 나의 사주팔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다른 이를 통해서가 아니라 내가 나의 사주팔자를 알고
저자가 말한 대로 ‘있는 그대로’ 나의 삶을 바라보는 지혜의 출발점에서
대충 살지 않고 ‘지금, 여기’를 오롯이 주시하며 살아야지란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라!
글쓰기에도 관심이 많은 나에게 이 책은 참 알차게 보였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뚜렷한 관점이 술술 잘 엮여져 있었다.
조금 아쉬운 점은 설명서답게 그래도 좀 더 쉽게 쓰여졌으면 좋았을 걸 하는 것이었다.
막상 책을 두 번 읽고 나니 용신, 십신, 육친법이라는 용어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지만
그래도 나의 사주팔자를 보며 책에 나온 용어들을 다 적용하여 해석하기엔 무리였다.
내 그릇이 고 정도이니 더 분발할 수밖에.
그 동안 읽지 못했던 고전들도 읽고 싶어지고 글도 더 열심히 쓰고 싶어졌다.
여기서 나의 팁 하나!
이번 달 초에 돌아가신 톰클랜시가 생전에 했던 말이라고 한다.
“글쓰기를 배우는 것은 골프를 배우는 것과 같다. 그냥 하는 거고, 잘 될 때까지 계속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글쓰기에 뭔가 특별한 마법이라도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글쓰기는 신적인 영감이 아니라 어려운 노력에 가깝다.”
책을 읽고 친한 언니와 책 이야기를 하면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역사, 영어, 한문 등 등 배울 게 많다는 이야기를 했다.
밴드 동기는 ‘로또 되면 책만 읽고 살아야지!’란 생각을 했다고.
일상에서 어떻게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을 적절히 조절해야할 지 쉽지 않을 터.
내 삶을 어떻게 끌고 갈지 깨어있는 내게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