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책읽는 부모 안내 메일을 받고 이 책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읽었던 최초의 육아서이자 가장 감동적인 육아서라서
베이비트리 여러분께도 소개 해 드리고 싶네요.
이 책은 영남대학교 이강옥 교수가 마흔에 얻은 늦둥이 아들을 키우며 쓴 육아수필입니다.
엄마가 우리나라를 떠나 있던 한 동안 아빠가 아이를 키우면서 겪은
'순간 순간의 긴장과 전율, 힘겨움, 그리고 환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평생을 국문학자로 사신 교수님답게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생각들을
조금은 진지한 어투로 써내려가는데 왠지 투박하면서도 깊은 정이 느껴지고,
아이가 가장 예쁘면서도 키우기 힘든 첫 두해를 엄마 없이 키우면서
'나의 모성은 무르익어 내 빈약한 젖꼭지에서도 젖이 흘러내리는 듯했다'고 씁니다.
지성적이지만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고 감동적이지만 눈물을 강요하지는 않는 육아 수필이라서
제가 읽고 난 후 여러 친구들이나 후배들에게도 선물을 하거나 추천하곤 했습니다.
지금은 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책이라서 좀 안타깝긴 합니다만...
제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결혼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결혼은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아이는 꼭 키워보고 싶다고 말하던 철없던 시절이었죠.
그러면서도 그 때 제 꿈은 일에서 성공하는 게 아니라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일이 너무 힘들고 제 마음에 안 들어와서 더 그런 꿈을 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자마자 바로 일을 그만뒀는데 정말 아무 미련도 없었고
왜 진작 이 일을 그만두지 않았나 싶었거든요.
그 시절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를 혼자 키우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 동시에
이 아빠가 참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답니다.
근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엄마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 아빠가 아이 어린이집에서 생일 파티 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
엄마에게 보내줘서 엄마가 펑펑 울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엄마가 보낸 아이의 옷가지며 선물들이 자로 잰 듯이 맞았다며 엄마의 본능에
감탄하기도 하구요.
그러면서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아이가 얼마나 보고 싶고 그리웠을까요?
책 말미에 엄마가 돌아와서 아이와 적응해 가며 아빠는 섭섭함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낍니다.
아빠와 엄마의 지극한 사랑 속에서 이제 고등학생 쯤 되었을 아이는 잘 자랐을 거라 믿습니다.
어쩌면 모든 엄마 아빠의 육아는 다 이렇게 눈물나고 걱정되고 때로 환하게 빛나는
그런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면서 엄마도 아빠도 아이도 자라는 거겠죠.
다음주에 형민이 어린이집에서 1박 2일 캠프를 갑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엄마 떨어져서 자본 적이 없는 아이인데 가서 잘 하려나
엄청 걱정이 됩니다만... 잘 하리라 믿습니다.
엄마도 형민이도 그 정도는 자랐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