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배운다]
나무에게 배운다는 평생 궁궐목수의 길을 걸어 온 시니오카 쓰네카즈가 들려주는 나무와 그것을 대하는 마음가짐, 또 그에 관한 이야기다. 책을 읽는 동안 대만에 있다는 이 천년을 넘긴 편백나무 원시림이 계속 떠오르면서 마치 그 속에 있는 듯 했다. 장엄한 나무의 잎들이 바람에 스쳐 부드러운 파장을 만들 듯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어려서부터 대목장이신 할아버지 밑에서 시니오카씨는 작업현장에서 일상생활을 보내고, 호류지 목수의 구전을 전해 듣는다. 배운다고 해서 특별히 누가 ‘이건 이래서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호류지 구조물 등을 직접 보고 답을 찾는 식이다.
목수의 기본인 연장갈기도 사람에 따라 몇 년씩 차이가 나는데 그것으로 괜찮다고 하신다. 그것이 근간이 되어 평생을 먹고 살기 때문에 머리가 아닌 손에 기억되도록 완전히 익히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스승도 제자에 따라 다름을 알고 채근하거나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배우는 자 또한 신문이나 책을 모두 덮고 그 일에만 몰두한다.
아마 장인의 길을 걸으셨기 때문에 이 모든 게 가능하다 생각되기는 하지만, 속성과 단기완성에 익숙한 우리의 사고방식이나 생활에도 지름길이나 가까운 길은 없다는,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길밖에 없다는 시니오카씨의 말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사실 제대로 된 무언가를 얻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가.
나무를 다루는데 있어서도 목재로써의 수명을 다 살수 있도록 어떻게 자랐는지를 살펴 성깔을 살려 쓴다. ‘대형 목조 건물을 지을 때는 나무가 아니라 산을 사라’는 구전이 있는데 이에 따라 오른쪽으로 휜나무, 비탈에서 자란 나무, 산중턱에서 자란 나무 모두 그 성질에 맞게 쓰임을 달리하는 것이다. 이처럼 나무의 성깔을 살려 지은 건축물 호류지. 천삼백 년 전에 지어져 수많은 세월을 견디고도 여전히 처음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그 고대 건축물을 보며, 저자는 선인들의 기술과 지혜가 담긴 고전을 지키며 이를 후대에 전하고 있다.
나무와 사람 모두 대자연이 낳고 기른 생물로 땅을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자세와 여러 좋은 인연과 시절을 만났기에 사찰을 지을 수 있었다는 겸허한 자세도 인상 깊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건축. 수많은 사람의 힘을 모아야 하는데 대목장으로써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마치 나무의 성깔을 맞추듯이 능숙하게 조화시켜 내야 하는 게 대목장의 일이라고 한다. ‘백 가지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기량이 없는 자는 조심스럽게 대목장 자리에서 떠나라’ 이 구전으로 항상 마음을 타일렀다고 하시는데, 그 책임감의 무게가 느껴졌다.
호류지 목수 구전 중에 ‘나무는 나서 자란 방향 그대로 써라’는 말이 있다. 타고난 다름을 인정하고 그 성깔을 살려 쓰라는 의미인데 내게는 이것이 참 어려운 것 같다. 말의 의미는 알겠는데,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좀 막연한 느낌이다. 부모로써 자식에게 바라는 마음과, 너무 사랑하다 못해 콩깍지가 씌여 제대로 상황을 볼 수 있을지 또 나의 삶의 무게나 스트레스가 자식에게 반영되어 제대로 본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아마 본문 중 아래의 말이 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무는 살아 있습니다. 계산대로는 되지 않습니다. 한 그루 한 그루 성질이 다릅니다. 그것이 본디 나무의 모습입니다. 인간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들도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느냐 하면, 정성껏 하는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온 정성을 다해 한다. 이것뿐입니다.’
[강아지랑 아기랑]
저희 민이는 만 8개월입니다. 책을 줬더니 손바닥으로 툭툭 쳐보다가 입으로 먹어보기도 하고(^^::) 책장을 넘겨보네요. 제가 읽어 줬더니 좋아라 합니다. ㅋㅋ 요즘 호기심 가득에 몸에 힘도 부쩍 생겨 여기저기 보느라 정신없는데, 책도 좋아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