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전통 육아의 비밀]을 읽고

 우리 교육의 문제와 나의 대책 첫 번째 - 내 소신을 갖자

 

프롤로그에서 ‘이 시대는 경험에 의한 육아가 아니라 지식으로 아이를 키우는 시대’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그 동안 육아 서적을 읽으면서 지식으로 기억해두고 내 것으로 써먹기 위해 체크해야할 게 많았다. ‘잃어버린 엄마의 육아본능을 되살려 아이의 본능에 맞는 육아를 하자’라는 취지로 시작된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런 부담을 좀 내려놓을 수 있었다.

책을 읽던 중 기억나는 일이 있다. 낮에 책을 읽고 있는데 네 살 난 아이가 내게 뭔가를 질문해왔다. 나의 대답은 “엄마 책 읽고 있으니 저리 가서 놀래.”였다. 이렇게 대답하면서 순간 든 생각이 ‘뭔가 바뀐 것 같은데....... 육아를 잘 해보자는 책을 읽으면서 질문하는 아이를 야박하게 내치다니 이건 아닌데. 쯧쯧쯧.’

어찌하랴. 불쑥 내뱉은 말을 담을 수는 없었다.

 

불안해하는 엄마들, 이리 저리 휘둘리는 엄마들. 내 또래 엄마들이 받아온 교육에서 그 원인을 발견한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아온 우리 엄마들이 어떤 소신을 갖고 행동한다는 것은 엄마 각자의 몫이었다. 즉 우리가 받아온 정규교육은 소신 있는 엄마, 소신 있는 어른을 키워내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아니었다. 소신을 갖는다는 것은 각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각자의 몫으로 내던져졌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책 읽기의 중요함을 우리 또래 부모들은 알고 있다. 그렇기에 좀 더 책을 찾아보고 어떤 것이 더 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지 좋다는 정보에 발 빠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 삶의 소신이 부족하니 나름대로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휘둘리고 불안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나 또한 육아에 일관성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러지 못했음을 반성해본다.

 

우리 할머니, 외할머니들은 정규교육을 제대로 못 받으신 분들이 많으시다. 그 때도 학교 교육이 있었지만 가정 안에서 이뤄지는 교육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다. 대가족 안에서 동생이나 조카들을 돌보면서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를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입시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어른들의 삶의 경험을 가정 안에서 배워오셨다. 수학, 영어, 과학은 지금의 30, 40대 부모들보다 못한다할지라도 삶의 지혜는 못하지 않으실 것이다. 조정래의 ‘아리랑’을 읽으면서 그 모진 시련의 세월을 이겨내신 조상들에게 저절로 고개 숙여졌던 적이 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독재의 암흑기에서 가난을 뚫고 살아오신 어르신들의 강인함, 삶의 지혜를 우리 세대는 얼마나 갖고 있을까.

정규 교육이 입시 교육 위주로 치닫고 있는데 가정교육도 그에 편승하고 있다. 가정, 학교, 사회가 아이들을 줄 세우기에 급급하니 너도 나도 앞줄에 서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아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내 나이 서른을 훌쩍 넘기고 마흔을 바라보며 논어에 나오는 나이를 찾아보았다. 이립(而立)은 서른을 가리키며 이는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불혹(不惑)은 마흔을 뜻하며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이 두 단어를 찾아보면서 든 생각이 있다. 우린 이런 모습의 서른과 마흔의 어른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아왔던가? 아니다. 사회의 어른이 되기 위한 교육이 아닌 대학 시험을 치르기 위한 교육을 받아왔던 것이다. 그런 교육을 받은 것은 내 잘못이 아니지만 받아왔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더 이상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아온 것만을 탓하며 안주할 수는 없다. 앞으로 남은 내 인생이 소중하고 나를 바라보며 자라는 아이들이 있기에 나의 몫으로 던져진 나의 소신을 만들어갈 것이다.

 

최근 책을 읽으며 어른이 된다는 것,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것에 내 철학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현재 우리 교육에서 중요과목으로 꼽히는 국영수가 왜 중요과목이 되었나 의심이 갔다. 최근 내가 꼽는 중요과목은 국사, 세계사, 철학, 국어, 음악, 미술, 체육이다.

우선 생노병사를 반복하는 인간의 삶, 시대는 변했다하더라도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겪게 되는 많은 일들이 한 사람의 삶이요 이것의 연속이 역사이다. 역사, 내 나라의 역사와 세계사의 중요성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서 배운다고 하는데 역사야말로 인간의 경험을 응집해놓은 것이 아닐까한다. 그래서 과거는 되돌아보기 힘겹다고 덮어두고 지나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공부할 때도 오답정리를 통해 자신이 어떤 실수를 했는지 되짚어보고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 인생에서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과거가 있다면 한번은 매듭을 짓고 다시 그런 잘못된 일이 반복되지 않게 경계해야한다. 역사야말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거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삶의 매 순간은 선택의 연속인 만큼 선택의 순간 내가 어떤 행동, 어떤 방향을 선택할 것인가란 철학의 중요성도 크게 느낀다. 그 다음으로 언어다. 내가 쓰는 말, 국어, 학교 성적으로 매겨지는 국어가 아니라 상대방과 소통할 수 있는 국어의 중요성이다. 같은 단어라 하더라도 억양과 표정에 따라, 그 사람의 바탕 지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때가 많다. 사랑으로 결혼에 이르게 된 부부 사이에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가 많다. 시험으로 보는 국어만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한 국어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서로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들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의 관심을 받으려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아이를 보았다. 아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가족과 친구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 받고 인정받고 사랑받으면서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낀다.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러서 안타깝기보다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들에 적극적이고 능숙하면 더 삶이 풍요롭지 않을까. 말하고 노래하고 그림 그리고 움직이는 것, 음악, 미술, 체육이 그것이다.

지금 우리 교육과정에서 역사, 소통으로서의 국어, 철학, 음악, 미술, 체육이 중요과목이 아닌 것은 안타깝지만 내가 이들의 중요함을 알았기에 부모로서 내 아이들에게는 알려주려고 한다.

 

포대기를 해서 업기에는 훌쩍 커버린 네 살 아이를 보며 포대기의 따뜻함을 이제야 알게 된 엄마로서 안타까운 맘이 없지 않다. 그래서 나중에 내 손주들은 포대기로 따뜻하게 업어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멀리 가지 않아도 되는구나. 어린 조카가 생기면 포대기로 업어주어야겠다. 도리도리, 짝짜꿍, 곤지곤지, 잼잼 등 어렴풋하게 알았던 단동십훈도 의미를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세살마을연구원 정미라 원장은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참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그것이 아이 자체가 아니라 아이 주변이라고 꼬집는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의 행동이나 반응보다는 아이의 주변에 대해 더 민감한 경향이 있어요.’라는 말에 공감한다.

책을 읽고 나서 달라진 내 행동은 아이들을 더 자주 안아주는 것이다. “이리 와. 안아줄게.”하면 일곱 살 난 큰 아이도, 네 살 난 작은 아이도 좋아라하고 내게로 달려온다. 그 순간은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 된다. 내 아이에게 자신을 믿어주는 부모가 있다는 든든함을 주고 싶다. 든든한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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