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은 정신없이 지나가버렸다. 애들 아빠도 바빴고, 나는 저질체력이 바닥이 났는지 더위를 먹었는지 기운도 없고 31개월 첫째와 5개월 둘째를 먹이고 놀아주고 재우는 기본적인 일들에 지쳐 있었다.
평소에 약했던 허리와 손목도 아팠고, 첫째가 결막염으로 어린이집을 일주일 넘게 못가게 되는 동안 내 눈에도 결막염이 왔다. 피곤하니 면역력이 떨어져서 눈병은 7월이 가기 전에 또 왔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둘째에겐 아무런 탈이 없었다는 것

내 몸이 피곤하니 첫애에게 자주 화도 냈고, 첫애가 이유없이 징징거리는 것 같아 많이 답답했다. 어물어물 발음이 시원찮게 말하면서 떼를 쓰고 계속 울어대는 아들을 상대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어서 때로는 나도 모르게 이성을 잃고 소리도 지르고, 밤 늦었으니 어서 자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신이여, 아이들을 가장 편한 길이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길로 이끌어 주십시오' 하고 기도하는 야누슈 코르착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책을 읽다보니 ' 아, 나는 나 힘들다고 편한 길을 가자고 애들을 볶아채고 있었구나' 애들을 재우다가 쓰러져서 자느라 난 기도는 커녕 하루를 돌아볼 여유도 없는 짐승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르착의 한편 한편 시같은 짧은 글들을 읽으며 아이들의 마음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고 부모의 역할에 대해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엄마 마음은 아이와 함께 성숙해집니다 (p129)

아이는 엄마의 삶에 시적이고,
신비한 침묵을 가져다줍니다.
엄마의 삶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 의해
그 리듬과 형태가 달라집니다. (중략)
조용하게 명상하는 가운데 아이를 생각하면서
영감을 받아 엄마 마음은 아이와 함께 성숙해집니다.
그래서 아이를 기르는 데 필요한 어려운 일을
거뜬히 수행할 수 있게 되지요.
이러한 영감은 책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옵니다.

두 아이들과 함께 아름다운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더 깨어있고 실천하는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코르착의 글은 가까이 두고 자주 자주 펼쳐보면서 마음이 황폐해질 때마다 보게 될 것 같다. 내게는 생소했던 야누슈 코르착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어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다.

P20120803_160351000_1000001483.JPG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sort
401 [책읽는부모] 남한산초등학교이야기에서 [4] 난엄마다 2014-12-05 6716
400 [책읽는부모] <아빠와 함께하는 하루 10분 생활놀이> 10분?, 10번! imagefile [1] 강모씨 2013-01-30 6715
399 [책읽는부모] [함께 책읽기 프로젝트] 크리스마스그림책, 아이들과 함께 읽어볼까요? image [5] 윤영희 2014-11-21 6702
398 [책읽는부모] <무슨 애엄마가 이렇습니다>를 읽고 나서... imagefile [4] 푸르메 2018-09-10 6663
397 [책읽는부모]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 내 소신을 갖자 [12] 난엄마다 2012-11-13 6657
396 [책읽는부모] 두려움없이 엄마되기 [3] jwyhh 2012-03-14 6636
395 [책읽는부모] 아이의 공부두뇌-때에 맞는 교육이 중요하다 [1] greenbhlee 2012-06-07 6626
394 [책읽는부모] 유태인 교육법 후기 [3] limpidhy 2012-03-18 6611
393 [책읽는부모] 유대인의 자녀교육...사회가 함께 하는 교육 [1] greenbhlee 2012-03-14 6599
392 [책읽는부모] 게으른 부모의 강령 [5] 빈진향 2013-10-18 6596
391 [책읽는부모] 권오진님의 <아빠학교>, 조기 적용의 후유증 [6] 강모씨 2012-06-07 6595
390 [책읽는부모] 첫번째 책 도착~! [3] jenaya 2012-10-16 6583
389 [책읽는부모] [천일의 눈맞춤] 천 일을 아직 못채웠다면 지금부터라도... [1] 루가맘 2016-04-27 6575
388 [책읽는부모] [이벤트응모] 2015년 6살 아이와 함께 봉사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4] greentmt 2015-12-23 6571
387 [책읽는부모] 웃프다 그이름 '전투육아' [1] mars2333 2014-12-29 6550
386 [책읽는부모] 두려움 없이 엄마되기- 우리의 삶이다.. [4] ubin25 2012-03-20 6515
385 [책읽는부모] 책 읽는 부모 2기 오프라인 모임 후기 imagefile [15] 양선아 2012-09-24 6508
384 [책읽는부모] <우리 아빠는 멋진 악당> - 긴 여운 imagefile [2] 강모씨 2012-12-22 6498
383 [책읽는부모] 아이를 위해 기다려줄 수 있는 마음이 여유로운 부모가 되어야지 [3] corean2 2012-04-24 6497
382 [책읽는부모] 기다리는 부모... ㅜ.ㅜ [2] blue029 2012-05-04 6492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