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빠에게 서운했던 것과 고마운 것을 적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고마움밖에 떠오르지 않아요. 아시다시피 신이를 낳기 전만 해도 아빠에 대한 제 감정은 조금 복잡했잖아요. 우리 부녀 사이도 어색하고 낯설음이 서려있었고요.  

왜 그랬을까요? 어렸을 때 우린 정말 서로를 좋아했는데. 엄마도 동생도 질투할 만큼 친했는데.

요즘 생각해보니 아빠와 나는 사랑한다고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엄마와는 사랑한다고 얘기도 많이 하고 서로 선물도 하는데, 아버지께는 그런 일이 없었잖아요. 그러다보니 서로 코드가 달라지고, 달라진 코드 때문에 더 친하게 지낼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아빠 고마움은 가득한데 막상 이야기하려니 아빠와 나에게는 같이 만든 추억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자랄 땐 늘 바쁘셨고, 아빠가 조금 덜 바빠지셨을 때는 제가 바쁘다는 이유로 같이 시간을 보내기를 거부했잖아요.

요즘 주말에 신이를 데리고 집에 가면 저는 마음이 훈훈해져요. 내리사랑이라고 아빠가 예뻐해주시는 모습을 보는 것도 너무 좋고, 신이를 가운데 두고 아빠와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가끔 아빠의 편향된 정치적 견해를 강조하시는 건 별로 재미없지만 신이의 눈코입이 누구를 더 닮았는가를 이야기하는 게 이렇게 재미난 일인 줄 미처 몰랐어요.

아빠 내일 어버이날이네요. 올해는 꼭 카네이션을 달아드릴게요.

작년에 아빠를 닮아 술을 좋아하는 동생 녀석에게 맡겨 놨다가 모임에서 엄마아빠만 카네이션이 없는 불상사를 겪게 해드렸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죄송해요. 근데 아빠 사실대로 말하자면 아까 동생 녀석이랑 통화했는데 이놈이 작년에 제가 준 카네이션 자기 책상 서랍에 고이 모셔져 있다면서 새로 사길 완강히 거부했답니다-_-;; 구두쇠같은 저런 면은 정말 누구를 닮았을까요?ㅋㅋ

내일 한서방이랑 저는 따로 준비한 것들을 가지고 찾아뵐게요.^^

근데 아빠 제가 아직 철이 덜 들었는지 아빠가 소원하시는 화투의 세계에는 접근이 쉽지 않네요. 내일 저희가 찾아가더라도 화투를 제발 몇 판에서 끝내요. 신이를 빨리 키워서 보내드릴게요. 주말에 같이 화투도 치시고 "뽈"차러도 같이 가세요. 장단하건데 신이가 외할아버지를 닮은 게 비단 근엄한 얼굴뿐만은 아닐 거랍니다.

아빠 내일 말로 하기엔 아직 부끄러우니까 지금 쓸게요.

아빠, 사랑합니다.ㅋㅋ

 

                                                       나이 서른이 되어서야 철이 들고 있는 큰 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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