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2개월이 갓 넘은 제 딸은 요즘 엄마 아빠에게 자신의 의사표현을 어떻게 해서든지 전달해보고자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도 가끔은 수수께끼처럼 알쏭달쏭하기도 하지요. 


얼마 전 제 일에 관련된 꽤 큰 행사에 참가하고자 한국에서 엄마까지 공수해 놓기로 하고 행사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얼른 아이를 재우고 일을 마저 해야겠는데 바쁜 엄마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했는지 녀석은 이 책 읽어달라, 저 노래 불러달라 요구 사항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졸리긴 한데 잠이 쉽게 들지 못하겠는지 급기야 짜증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울고 제 마음은 이미 해야 할 일에 대한 생각으로 딴 데 가 있고 정말이지 제 몸이 두 개 였음 얼마나 좋을까 몇 번을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남편을 불러 아이를 재우라 부탁하고 방을 빠져나왔습니다. 등 뒤로 아이 울음소리가 점점 커져가도 이 모진 엄마는 산더미 같은 처리해야 할 일들로 뒤도 안돌아보고 발걸음을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보통 때 같으면 아빠가 달래주고 자장가를 불러주면 좀 울다 그치는데 그 날따라 한참이 지나도 울음소리가 잦아들 기미가 안보이는 겁니다. 일에 집중을 하려고 하면 할 수록 귀가 방쪽으로 쫑긋 서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아이에게 달려갔어요. 비협조적인 딸래미를 원망하면서요.


눈물과 코로 범벅이 된 아이와 달래다 달래다 지친 아이 아빠는 원망이 가득한 눈초리로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딸은 저를 보자 숨 넘머 가게 큰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엄마가 *@#% 갔지!'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거에요. 처음에는 말의 머리와 끝만 알아듣고 녀석이 엄마가 방을 나가서 섭섭했다는 이야기구나 싶어 '알았다 알았다'하며 달래주어도 제가 자기가 하는 말을 아직 못 알아들어서 화가 난다는 투로 목소리를 높혀가며 몇 번이고 말을 하는 겁니다. 

가만히 들어보니 '리아 -딸 아이 이름입니다, 나뒀지, 영화, 나갔지, 컴퓨터, 방, 울었지...'등등 제법 많은 단어들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녀석은 '엄마가 영화 일을 하러 리아를 두고 컴퓨터 방에 가서 나는 속상해서 울었어' 라는 말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순간 아이에게 너무도 미안해졌습니다. 아직 어려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누군가가 옆에서 돌봐주고 달래주면 되는 줄 알았던 제 무식함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제가 모르는 사이 아이는 훌쩍 커서 상황을 이해하면서 자기 의사 표현을 확실하게 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아이가 잠이 들어 숨소리가 고르게 될 때 까지 저는 딸을 안고 미안하다, 엄마가 정말 미안하다 몇번이고 되내였습니다. 잠을 좀 늦게 잘 폭 치고 처음에 아이가 잠 들때까지 여유롭게 기다려줬음 좋았을것을...돌아가는 것이 결코 돌아가는 것이 아님을, 차분하게 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끔 깨달은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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