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아이반 친구들과 엄마들이 같이 날을 잡아 놀았다. 반 학부모회 대표를 맡고 있는 나로서는 주말에 학교 밖에서 최소 한 번은 아이들과 함께 놀았으면 하는 엄마와 아이들의 요구를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다. 내 아이부터도 "엄마, 왜 올해는 생일잔치 안 해?"하면서 반 친구들과 다함께 뛰어놀고 싶어 했다. 한 번 같이 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왜 이리 신경 쓰일까? 가벼운 마음으로 노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지만 그게 잘 안 됐다. 그래서였을까. 분홍구름님의 '아이친구 엄마친구' 글이 반가웠다.

   

작년에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아이와 함께 나의 인간관계가 수평으로 확 넓어졌다. 어린이집, 유치원까지는 그냥 몇 명으로 그쳤는데 한 학년씩 더 올라가니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엄마들이 됐다. 여기서 안다는 건 가볍게 누구 엄마 정도이다.

   

나만을 생각해보자. 난 아이를 통해 맺어지는 관계 속에서 어떤 관계를 원했을까?

아이와 친한 친구 엄마가 나와도 잘 통해서 친해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건 쉽지 않았다. 작년 한 해만 보자. 나와 잘 통하는 엄마가 있는데 그 집 아이가 내 아이와 특별히 친하다? 그렇지 않았다. 나랑 통하는 엄마들의 아이들은 내 아이와 성별이 다르거나 나이가 달라서. 아니다. 그보다 서로의 관심사가 달라서 아이들끼리 자주 놀 기회도 적고 다음으로 잘 이어지지 않았다. 반대로 아이와 친한 친구를 집에 부르거나 따로 연락해서 놀이터에서 놀게 해주면서 엄마끼리도 그 때마다 만났지만 그렇다고 엄마끼리 잘 통하는 것? 그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인 나는 나대로 친한 사람을 만난다. 어떨 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친구들을, 어떨 때는 엄마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 자리에서 엄마와 아이 모두 친해졌으면 하는 마음은 내려놓고 말이다. 같이 어울리다가 친해질수도 있고 안그럴수도 있다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만난다. 처음에 내가 바랐던 아이도 엄마도 모두 친한 관계를 바랐던 마음이 너무 커서 주객이 전도된 적은 없는지 되돌아보았다. 함께 있으면 편하고 뭔가 통하는 게 있어야 친해지는데 오히려 친해지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뭔가 통하는 게 없을까 억지스럽지는 않았는지. 이 글을 처음 올리려고 했던 며칠 전보다는 지금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다. 엄마들 만남에 대한 내 생각이 좀 더 정리되었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나 스스로 강해지려고 노력한다. 나 자신을 무엇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지 않으려고 한다. 저 엄마들하고 친해져야하는데 라는 나 스스로 전제조건을 달고 사람들을 만나지 말아야겠다고 매번 다짐한다. 반 대표엄마이지만 반 엄마들과 모두 친해져야 한다 라는 생각도 내려놓았다. 더 친해지면 좋겠지만 내가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하는 선에서, 자연스레 마음이 가는 만남의 자리를 갖고 싶다. 어쨌든 사람을 만나야 나랑 통하는 사람도 찾을 수 있는 법이니 어떤 만남이든 계속 자연스레 이어갈 것이다.

 

최근에 감동적인 만남이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방과 후에 학교나 놀이터에서 함께 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 어릴 적 했던 놀이들을 요즘 아이들이 알까 그런 놀이도 같이 하면서. 이랬던 내가 이를 벌써 실천하고 계신 분들을 만났다. 평소 알고 지내던 엄마였지만 서로 깊은 이야기를 못했었는데 올해 자신이 이런 쪽에 관심이 많다고, ‘산별아(산에 가면 별처럼 빛나는 아이들)’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함께 참여해보자고 말해주었다. 이 분 소개로 ‘와글와글 놀이터’를 이끌어 가시는 분의 강의를 듣고 ‘아, 내가 원했던 것이 이거였구나!’ 싶었다. 산별아 놀이터 모임에도 처음 가보았다. 내가 생각만 했던 아이들과의 놀이를 생각이 아닌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듯하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요즘은 서로 통한다는 게 어떤 것인가 느끼고 산다. 내가 가진 뜻에 따라 그 방향으로 나를 맡기니 내 뜻과 닿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내 아이에게 이런 이런 친구들을 만들어주려고 부모가 노력하여도 결국 내 아이도 자신의 뜻에 따라 자신이 만나서 행복한 사람들을 찾아갈 것이다. 엄마는 이런 분들을 만나서 좋다는 엄마의 삶을 살 것이다. 내 아이도 자신과 통하는 사람, 자신과 함께 있어 행복한 사람들을 찾아갈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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