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에 걸쳐 난생처음, 폭설이란 걸 겪으며 드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처음엔 백설탕처럼 새하얗게 쌓이는 눈이 그저 이쁘고 아이들에겐 선물같구나.. 싶었지요.

몇 십센티 쌓인 눈이 도로가마다 골목마다 작은 언덕을 이루도록 겨우 치우고 조금씩 녹아갈 때쯤,

처음보다 더 많은 눈이 지난 주말동안 다시 내리면서는.. 조금씩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쌓인 눈은 점점 얼음덩어리로 굳어가고 삽으로 한번만 퍼도 그 무게가 어찌나 엄청난지.

한 곳에 몰아 겨우겨우 치워둔 눈을 낮에 햇빛날 때 조금이라도 녹여 길을 만들려고

설익은 얼음같은 눈덩이를 다시 잘게 부숴서 길에 깔기를 반복 ... 학교나 유치원 행사도 연기되고, 몇 주째 차를 탈 수도 없고, 동네 몇 발자국만 나가면 길이 위험해서 아이들 데리고 맘대로 밖에도 나갈 수 없고, 남편 회사도 비상사태가 되어 집에 돌아오지도 못하고 ..

일상이 마비되었다고까진 못 하겠지만, 이런 시간이 너무 길어지다보니 알 수 없는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하고, 당장 내일 일이 또 어찌 될지 예측할 수 없으니, 자연재해가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되더군요.

 

3년 전, 일본 대지진 이후로 가족과 집을 잃고 장기간 피난 생활을 하시는 분들의

우울증이나 자살 소식이 자주 있었는데, 이제 겨우 2번의 폭설을 겪고도 이렇게 엄살을 부리는

제가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분들이 어떤 마음이실지 조금은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어요.

신순화 님이 오늘 올려주신 글을 읽으면서도 무척 공감했는데, 눈에 갇혀 지내시는 노인분들은 또 어떠실까.. 고속도로에서 꼼짝달싹도 못하고 30시간 넘게 커다란 트럭 안에서 갇혀지내신 운전자분들은 또 얼마나 이 추위에 고생하시며 기가 막히셨을까.

 

그래도, 자연재해니까, 우리가 자연 앞에서 좀 더 겸손해져야겠다, 재해를 대비하기 위한 지식이나 준비물 점검, 무엇보다 이웃끼리 서로 돕고 비상시에 지혜를 나누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좋은 공부했다 싶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에 오늘 들은 부산외대 학생들의 참사.

부산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툭 하면 경주에 자주 놀러가며 자랍니다.

1시간이면 가는 거리라, 가족 나들이로도 단체 소풍이나 엠티로도 정말 지겨울만큼 자주 가지요.

그런데, 그 산중에 그것도 가파르게 경사진 곳에, 간이시설같이 지어진 건물에 그렇게 많은

학생들을 데리고 행사를 하다니. 쌓이는 눈 때문이 아니라해도 비가 많이 오거나 하면 산사태가 나기도 쉬워보이는데 그런 곳에 사람이 모이는 공간을 어찌 그리 허술하게 지었을까요!!

 

대학 신입생이면 그동안 힘들게 공부하고 이제 겨우 보람과 기쁨을 맛보고 있었을텐데

어쩜 이리 허무하고 어처구니없이 소중한 목숨을 잃을 수 있는지.

아이들이,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을 좀 더 안전하고 엄격하게 지을 수는 없는건지.

언제까지 이렇게 아이들이 희생이 되어야하는 건지.

아이들이 자라면서 집을 떠나 여행을 하고 단체생활을 수도없이 많이 할텐데

지금부터라도 아이들이 이용하는 숙박시설이나 모임 공간은 좀 더 관리를 철저하게 할 수 있도록

국민운동이라도 벌였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소치올림픽에서 안 선수가 사람답게 운동하고 싶어서 러시아로 갔다고 하더군요.

돈 명예 체면 이런것들보다 제발 좀 사람을 먼저 생각했으면.

한국인이 러시아 선수복을 입고 금메달을 따는 모습과 오늘 목숨을 잃은 어린 학생들의 소식을

보며, 지금 우리 앞에 쌓인 많은 문제 중에 가장 큰 숙제는 바로 '사람답게'가 아닐런지요...

 

너무 답답하고 가슴이 아파

두서없이 쓰고 말았네요.

스무살 가까이 고이고이 키우신 부모님들께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또 다시 이런 인재가 반복되지 않도록, 살아있는 사람들이 잘 살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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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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