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월만 넘으면 한글공부 시작할 거야.”

15개월 딸의 문화센터 수업을 들으며 친해진 그녀와 함께 장을 보던 중이었다. 시금치 한 단이 얼마라는 것처럼 평범하게 흘러나온 그녀의 말에 난 적잖이 놀랐다.

아이가 행복해지는 게 육아의 목표라던 그녀였다. 긴 안목으로 아이 속도에 맞춰 천천히 아이를 키울 거라던 그녀였다. 나와 육아관이 비슷해 우린 죽이 잘 맞았다. 그런 그녀가 한 말이어서 난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난 여덟살이 될 때까지는 그냥 기다리려고 하는데.” 하자, “나도 일찍 한글 가르치는 게 좋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는 건 알아. 그래도 한글만큼은 꼭 일찍 가르치고 싶어. 내 친구 아들이 한글을 일찍 떼었는데, 그렇게 똑똑할 수가 없어.”하였다.

특별한 내 아이를 꿈꾸는 것은 소시민이 로또 1등을 꿈꾸는 것처럼 보편적인 것이기에 그녀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까웠다. 그렇게 일찍 한글을 가르치면 애만 많이 쓰고 보람이 없을 수도 있는데. 혹 정말로 한글을 뗀다 하더라도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는데. 그러면서 이게 현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신있게 키우겠다는 의욕은 남의 아이를 보면서 평범하게 키우겠다는 말로 바뀌는 거였다. 다른 집 엄마들이 아이에게 쏟는 노력을 보면 나는 뭐하나 싶고, 정말로 그 집 애들이 잘 해내는 것을 보면 괜히 샘도 나고 조급이 생기기도 할 터였다. 이래서 남들처럼 좀 일찍 조기교육을 시작하게 되고, 사교육을 거쳐 명문대를 마침표로 하는 교육 여정이 만들어지는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유대인의 자녀교육 38’이라는 책을 만났다. 유대인의 교육철학과 방법을 38 꼭지로 소개하는 책인데, 맨 마지막에 글자 교육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유대인들은 글자나 숫자를 초등학교 입학 직전에야 가르친다고 한다. 글자나 숫자교육보다는 많은 것을 경험하고 표현하는 데 교육의 중점을 둔다고 하였다. “또 유대인이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요사이 한국 사회에 유대인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서 괜히 어깃장을 놓고 싶기도 하지만, 이 부분을 읽으면서도 괜히 그들의 교육법을 떠드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유대인 부모들은 아이들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존중해주면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풍부한 경험 기회를 제공한다. 가족, 친지, 마을, 공동체를 알고 그 안에서 제 몫을 해내는 성인이 되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였다.

책을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많이 하였다. 예를 들어 유대인은 아이들에게 돈을 선물하지 않는다고 한다. 선물이란 마음과 의미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란다. 친척 꼬마들에게 무심코 돈을 주곤 했는데,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워킹맘도 학부모회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저녁시간에 회의를 연다던지, 많은 경험과 원숙한 인격을 가진 나이든 교사를 선호하는 것 등 한국 사회와 다른 점들도 눈여겨 보게 된다.

아이를 키우면서 순간순간 이게 잘 하는 건가 스스로 되묻게 되는데, 기준이 되는 한가지 질문이 더 생겼다. “유대인 엄마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냥 덧붙이는 말.

그런데, 훌륭한 교육을 한다고 다른 나라에 연신 소개되는 이스라엘 교육 현장에는 어떤 걱정이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분명 사람 사는 곳이니 크던 작던 문제가 있을텐데, 그들은 어떤 고민을 할까 궁금해진다. (아까 말한 어깃장의 연장선. 즉 삐딱선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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