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희님의 일본 급식 이야기를 읽고, 미국의 급식 문화도 한번 소개해보고 싶었다. '오늘 뭐 먹지?','오늘 뭐해 먹지?' 먹는다는 것! 우리 일상 속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중요한 것인데, 엄마가 또는 누군가가 해주는 밥을 먹다가 내 아이를 위해 내 가족을 위해 밥을 하면서 먹거리에 대한 마음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음식에 들어있는 영양소와 맛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음식의 재료 선택에서부터 손질하고 조리하는 과정의 정성, 그리고 만드는 사람의 사랑과 그 나라의 문화와 예술까지 깃들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사먹는 것이 더 맛있을 때도 당연히 있고, 밥하기가 귀찮아서 인스턴트나 라면으로 대충 떼울 때도 있지만, 한식을 좋아하는 나는 따뜻한 밥 한공기에 김하나 김치만 있어도 꿀맛같고 행복해질 때가 있다. 한국의 식재료를 마음껏 구할 수 없는 미국이지만 예전에 엄마가 해주었던 반찬이나 음식이 생각나 한인마트에서 재료를 사와서 직접 해먹으며 허전함을 달래기도 한다. 그런 걸 보면 일상 속에서 먹어왔던 음식들은 습관처럼 자리잡아 그때의 맛과 사람을 기억하고 편안함과 행복감을 주는 어떤 마법같은 힘이 있는 것 같다. 토토로네 아이들은 어떤 입맛으로 길들여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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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로네 둘째 딸의 점심 도시락>

 

처음 미국에 왔을 때 토토로네 둘째가 다녔던 프리스쿨은 급식이 없었다. 사설 프리스쿨의 경우 데이케어 이외에는 급식이 없는 것으로 안다. 매일매일 간단한 간식과 방과 후 수업을 하는 아이들은 점심 도시락을 싸가야했다. 그 전에 한국 유치원에서 경험했던 급식을 당연하게 여겼던 나로써는 '아니 이런 귀찮은 일이..'라며 투덜거렸다.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했던 건 아토피 때문에 음식조절이 필요했던 때라 밥으로 도시락을 싸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도시락에는 주먹밥이나 김밥이 주로 등장했고, 거기에 과일과 음료수를 넣어주었다. 가끔은 통밀 식빵 토스트나 샌드위치를 더했다. 편식지도는 저녁으로 미루고, 점심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혼자서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싸주었다. 그렇게 토토로네 둘째딸은 미국음식보다는 삼시세끼를 한식이나 엄마가 해주는 음식에 노출되어 2년을 보냈다. 그 덕분일까? 아토피가 잠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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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공립 학교의 급식>

 

공립 유치원으로 들어간 토토로네 첫째딸은 급식이 있었다. 하지만 일률적인 급식은 아니었고, 원하는 아이들은 급식을 사먹을 수 있고, 아니면 도시락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반반 정도인 것 같다. 메뉴를 보면 일주일 단위로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보통 피자, 치킨 너겟, 햄버거, 파스타, 핫도그 등이 메인으로 샐러드류와 과일, 쥬스와 우유가 등장했다. 때로는 아이스크림과 칩과 같은 과자도 별도로 놓여있었다. 처음 토토로네 둘째딸의 도시락을 싸는 김에 큰딸도 싸주었는데, 어느순간부터는 친구들이 먹는 것을 먹고 싶다고 해서 급식을 사먹도록 해주었다. 제공되어지는 음식들은 아이들의 기호에 따라 선택해서 식판에 가져갈 수 있다. 야채와 과일을 골고루 먹도록 권고는 하고 있지만, 아이의 선택에 전적으로 맡기고 있었다. 부모는 돈을 입금하는 급식 사이트에서 내 아이가 어떤 메뉴를 골라서 먹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서, 가끔은 토토로네 큰딸과 메뉴 선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기도 했다. 위에 사진은 피자가 나온 날인데, 아마도 과일을 안 가져 온 것 같다. 그렇게 한 학기가 지났을까. 토토로네 큰 딸이 도시락을 싸달라는게 아닌가. 결국 토토로네 엄마는 아침마다 2개의 도시락을 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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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교의 급식 풍경과 마트에서 판매하는 도시락>

 

미국의 공립 학교는 점심시간동안 부모들이 카페테리아에서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도록 따로 테이블을 배치해 놓고 허용하고 있다. 미국 아이들은 점심으로 뭘 싸오나 궁금했던 차에 일주일에 한번은 학교에 가서 아이들의 점심 먹는 풍경을 구경해 보았다. 흥미로웠던 점은 아이들을 카페테리아까지 인솔한 교사들은 모두 교사실에 가서 따로 점심을 먹는다는 것이었다. 대신 반마다 지정 테이블이 있었는데, 그 곳에는 자원봉사자 부모들이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손을 들고 있으면 다가가서 쥬스의 뚜껑을 열어주거나 랩의 껍질을 벗겨주는 것이었다.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은 허용되었지만, 돌아다니거나 친구의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은 금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먹지 않고 있는 아이들에게 먹으라고 권유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아이는 가져온 음식 중 우유만 마시고 이야기하다가 나머지는 모두 버리는 아이도 있었다. 점심을 싸온 아이들은 대부분 샌드위치에 음료수가 대부분이었고, 그 외에는 과일이나 요구르트, 치즈를 많이 가져왔다. 그리고 도시락 통보다는 지퍼백에 담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놀라웠던 건 세가지 종류의 과자만 가져와서 먹고 있는 아이도 있고, 사과를 썰어서 가져오지 않고 통째로 가져와서 베어먹는 게 일상이라는 점. 그리고 'lunchables'이라고 시판 도시락을 가져오는 아이도 있었는데, 나중에 마트에 가서 보니 그런 종류들이 즐비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식 입장에서 보면 모두 간식 수준으로 부실해 보이지만, 이렇게 모두 제각각이면서 자유롭게 그리고 강요하지 않고 먹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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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함께 점심을 먹는 부모들>



점심을 먹으러 오는 부모들은 또 뭘 먹나? 보니 아이들의 급식을 돈을 내고 사먹을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햄버거, 피자, 샌드위치를 사와서 먹는다. 이때 아이들 것도 함께 사오기도 하는데 부모가 점심을 먹으러 올 때 맥도널드나 햄버거 가게의 장난감이 들어있는 키즈메뉴를 사오는 것을 친구들이 가장 부러워한다고 한다.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엄마뿐만이 아니라 아빠들의 모습도 많이 보이는데, 때로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오신다. 학교가 아이와 관계하는 부모뿐만 아니라 조부모에게도 매우 개방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 고등학교 시절 나는 일명 '삼시세끼 도시락' 학생이었다. 학교가 멀어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했던 나에게 엄마는 세개의 도시락을 안겨주었다. 아침, 점심, 저녁 야간 자율학습 때 먹을 도시락까지 말이다. 그래서 세개의 도시락이 들어있는 내 도시락 가방은 정말 무거웠는데, 친구들은 우스갯소리로 네 도시락 가방은 무기라고 할 정도였다.^^: 어떤 날은 간식으로 요구르트와 떡과 과일(과일 칼까지 ㅎㅎ)까지 넣어주셨더라는...3개의 도시락만 싸셨을까...언니와 남동생 것까지 하면 도대체 몇개의 도시락을 만드신건지. 2개 도시락 싸기에도 매일 고심하는 나로써는 엄마를 도시락 달인으로 인정해도 될 것 같다. 뚜껑을 열었을 때 갓지은 밥에서 올라오는 따스한 온기를 나는 아직 기억한다. '도시락'은 내게 엄마의 사랑이었고,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한국은 급식 문화가 어린이집에까지 확산되어 도시락 문화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아동학대와 관련해서 어린 아이들에 대한 단체 급식에 대한 문제가 수면위로 나타나고 있는데, 어린 아이들에게만이라도 엄마의 도시락이 전해진다면 어떨까...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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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로네 아이들의 점심 도시락: 죽과 아무거나 비빔밥>

 

요즘도 토토로네 엄마는 아침마다 도시락을 싸고, 일주일에 한번 아이들 학교에 점심을 먹으러 간다. 다행히 토토로네 딸들의 점심 시간이 연달아 있어서 두 아이를 모두 만나고 올 수 있어서 좋다. 학교에 점심을 먹으러 가는 날엔 간혹 친구들이 부러워한다는 키즈메뉴를 사 갈 때도 있지만,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건 요즘은 '아무거나 비빔밥'이다. 작은 보온 밥통을 구입했는데, 그때그때 있는 야채와 고기를 볶아서 간장과 참기름 한두방울 넣고 밥과 비벼서 넣어간다. 이 날은 토토로네 둘째딸이 목이 아픈 날이었나보다. 죽을 담아갔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밖에서 먹는 음식까지 제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양한 음식을 접해보는 것도 경험이고, 내가 속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같은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서 요즘 나는 미국 엄마들은 어떤 음식을 만들어 먹나 요리채널을 관심있게 보기도 하고, 마트에서 파는 재료 중 먹어보지 않았던 것들에 도전해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토토로네 아이들이 한식의 정갈하고 따뜻한 맛을 잊지 않도록 부단히 애쓰고 있다. 토토로네 밥공장은 그래서 오늘도 밥냄새가 솔솔 난다. '오늘은 뭐해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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