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릴 때 하는 말들 뜻밖의 말들이 예뻐서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적어놨어요.
공동육아 회보 3월호에 실리게 되어, 베이비트리 분들과도 나눠봅니다.
1. 내 이름이 싫어졌어
시우: 엄마, 난 이제 시우라는 이름이 싫어졌어.
엄마: 그럼 뭐라고 불러줄까?
시우: 나무
엄마: 형아가 남우인데? 너는 내무 할까?
시우: 나무가 좋은데...
(며칠 뒤)
시우: 엄마, 나 삼순이 할래.
엄마: 삼순이는 여자 이름인데? 예원이가 삼순이인데...
시우: 삼순이 라고 불러줘..
엄마: 김삼순~?
시우: 아니~ 삼.순.이.
엄마: 알았어. 삼순아
시우: 엄마, 난 다시 태어나면 여자로 태어나고 싶어. 예원이처럼 여~자.
2. 잠자리에 드는 시간에 문득 궁금한 걸 물어보는 아이들
시우: 엄마~ 형아가 있는데, 왜 날 낳았어?
엄마: 아이가 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시우: 그래?
엄마: 둘이라서 같이 놀기도 하고 좋잖아.
시우: 싸우기도 하고, 그래서 혼나기도 해.
엄마: 그래도 같이 재미있게 노는 시간이 더 많지?
아기 한명 더 낳을까?
시우: 엄마~ 아기 낳으려면 응급실에 가야해?
엄마: 아니, 응급실이 아니고 산부인과 병원
남우: 아이가 많으면 키우기 힘들어.
시우: 아람이 같은 아기가 있으면 매일 업고 다녀야 하잖아. 힘들어서 안돼.
시우: 엄마~ 난 세살 때 기억이 안나.
엄마: 괜찮아..엄마도 세살 때 기억 안나.
남우: 넌 탯줄 자를 때 기억 난다고 했잖아. 그게 더 훨씬 전이야.
시우:.....(예전에 그렇게 주장하긴 했음)
남우: 엄마, 나도 세살 때 기억은 안나.
3. 엄마: 시우야~ 레고 동영상 그만 봐.
시우: 왜 그만 봐야 하는데?
엄마: 너무 오래 보면 머리 아파.
시우: (울면서) 엄마가 그만 보라고 해서 끄긴 했는데, 나 울렸으니까 미안하다고 해.
엄마: 네가 속상해서 우는 건데... 왜 엄마가 사과해야 해?
시우: 날 울렸으니까 미안하다고 해야지.
엄마: 부모는 아이에게 잘못되는 거는 안됀다고 알려줘야해서 알려주는거야.
시우: 그럼 알려주는거라고 말했어야지.
엄마: 알았어. 다음엔 알려주는거라고 할께.
4.
(크리스마스때 썼던 포장지로 다른 선물을 포장하는 모습을 보고)
시우: 엄마, 이 포장지 어디에서 났어?
엄마: (산타 선물 포장지를 기억했나 싶어서 뜨끔) 어, 마트에서 샀지.
시우: 산타 할아버지가 초콜렛 선물줬던 포장지랑 모양이 똑같은데?
엄마: 공장에서 만들어서 마트에서 파니까 같을 수도 있지.
시우: 아...그럼, 산타 할아버지가 밤에 마트 가서 샀나보다.
엄마: 그럴까?
시우: 응, 산타 할아버지는 밤에만 다니니까.
시우: 그런데, 이쪽은 왜 잘라져 있어?
엄마: 어~ 지난번에 백설기에게 달력 선물했잖아. 그때 썼던 거라서 그래.
시우: 아하
5.
시우: 엄마~ 엄마는 내가 얼만큼 좋아?
엄마: 눈에 쏙 집어 넣어도 안 아플만큼 좋아.
시우: 나두 그래. 눈에 쏙 넣어도 안 아플만큼 좋아 ( 그 표현이 마음에 들은 듯)
아빠도 눈에 쏙 넣어도 안 아플만큼 좋아.
며칠뒤에
시우: 아빠~ 나는 아빠가 눈에 쏙 넣어도 안아플만큼 아파.
아빠: ㅋㅋㅋㅋㅋ
시우: ㅎㅎㅎㅎㅎㅎ 아빠 내가 잘못 말한거야. 그런데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