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순간
양손에 바리바리 싸들고 언덕을 올라간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
언제일까?
합격했을 때가 그랬을까?
상을 받았을 때가 그랬을까?
일주일 먹을 밑반찬
오천원에 산 두 팩의 딸기
큰 아이 친구가 내일 놀러오면
점심에 먹을 불닭볶음면
짙푸른 저녁하늘을 올려다보며
내 생애 최고의 순간
언제였을까
다시 물어본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였나
남편과 다시 만났을 때였나
아마도 그 옛날
기쁨에 들떠 행복했을 때가 있었을텐데
동기들 손잡고 강강술래 할 때였을까
노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였을까
스피치대회에서 상을 받았을 때였을까
지금은 모두 가물가물하다
학교가기 버거워하는 큰아이
무사히 학교 보내고
아슬아슬 출근 시간
무사히 넘기고
학부모총회와 마을회의
무사히 참석하고
일주일을 무사히 보내고
두 손 가득
한 주를 시작할 양식을 들고
맘 편히 올라가는 이 순간
내 생애 최고는 아닐까
이번달부터 글쓰기모임을 시작했다. 2주에 한 번씩 주제를 정해 글을 쓰는데 이번 주제가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 금방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에는 무엇을 쓸까 고민했지만 이거다 하면서 마음을 확 끄는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이리 생각할 수 있는 시간들이 소중했다. 새로 일을 시작하고 새학기가 시작되고 재미없다는 학교를 어떻게 잘 갈 수 있게 할까로 일주일을 지내다보니 오래전 즐거웠던 기억을 꺼내기가 어려웠나? 그러면 어떠한가. 매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란 생각에 잠시나마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다시 한 주를 시작하자! "잘 할거야. 잘 해낼거야. 뜻밖에 일이 잘 풀릴지도 몰라." 나를 다독이며 두 손 모아 한 주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