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께.
안녕하세요?
개똥이 엄마 입니다.
졸업식을 하고도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었는데 오늘이 진짜 마지막이네요.
3년전.
개똥이 아빠는 용감하게도 원장님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지요?
“저는 이 동네로 이사올 때부터 아이 손을 잡고 이 유치원에 다니는 꿈을 꾸어 왔습니다”
아마도 조금의 과장이 없는 진심이었을 것이고,
그 진심이 통했는지 개똥이는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요새는 개똥이가 늦잠을 자느라 아빠랑 등원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개똥아빠는 되도록 출근길에 개똥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려고 했고
아이와 함께 유치원으로 향하는 그 시간은 정말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개똥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고 조금 지나 처음으로 저에게 요구사항을 말했습니다.
“유치원에 엄마가 데리러 와요. 다른 아이들처럼!”
수용 가능한 요구사항이 아니었기에 쿵~ 가슴이 내려앉는 듯 했지요.
그럴 수 없는 상황을 개똥에게 설명했지만 녀석은 함께 하원 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기에,
월에 1번은 휴가를 내서 개똥이를 데리러 가려 노력했습니다.
유치원 마당에서 엄마를 발견하고 수줍게(제 눈에는 눈부시게) 웃는 개똥이를 보는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나는데,
수 차례 반복되어도, 3년이 되도록 익숙해지지 않는 감동의 순간이었습니다.
개똥이는 하원 시 엄마가 와 주기를 바라기는 했지만 등원을 거부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는데요
녀석에게 유치원은 언제나 즐겁게 가는 곳이었습니다.
따로 한글을 가르치지 않았어도 유치원 단어 놀이장만으로도 충분히 글을 읽고 쓸 정도가 되었고,
녹색 성장이나 독도 프로젝트 등을 통해 녀석은 세상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을 뿐 아니라
바르게 사는 것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녀석의 말대로 생각나무도 많이 성장했지요.
일부러 주말농장 체험을 하지 않아도
봄이면 씨를 뿌리고 가을이면 수확을 거두는 자연의 섭리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6세부터
합류한 종일반을 포함해서 직장맘에 대한 배려에도 깊이 감사 드립니다.
덕택에 방학이나 특별행사 그리고 이렇게 졸업을 한 이후에도 유치원에 가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유치원 밖에서의 체험 수업도 적지 않았는데 그것도 좋았지만
도시락 준비할 부담을 덜어 주신점도 직장맘에게는 상당한 배려였습니다.
학부모 상담 기간에는 저녁 7시에도 상담이 가능하게 해 주셨고,
야근이 잦은 저를 위해 요일이나 시간을 먼저 선택하게 해 주시는
담임 선생님들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하기도 했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아니어도 유치원에 다니는 모든 아이들의 이름을 알고 있으며
언제든 살갑게 인사를 건네주는 선생님들.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는 그 모든 선생님들의 유기적인 협업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는데요
원장님도 선생님들도 반짝 반짝 빛나 보이는 순간들 이었습니다.
개똥이가 유치원에 다닌 지난 3년 동안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습니다.
저희 가족 모두에게 이런 소중한 경험을 선물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많은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사랑과 즐거움이 가득한 생활을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2017.02.28
- 개똥이 엄마 아빠 드림.
- 1박2일 졸업 캠프 당시 유치원 23시 풍경.
지난 18일(토) 개똥이 유치원 졸업식이 있었다.
유치원 행사 참여 시 운동회 빼고는 안운적이 없었기에 손수건 까지 단단히 준비하고 갔는데
역시나 원장님 부터 선생님들도 울먹 울먹.
아이들이 훌쩍 거리나 싶더니 엉엉~ 대성통곡을 하는 통에 빵! 웃음이 터졌다.
집 근처 단설 유치원에 비하면 직장맘에 대한 배려가 엄청난 유치원 이었다.
졸업식만 해도 개똥이 유치원은 토요일에 단설 유치원은 평일에 했다.
지난 3년간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하다 이렇게 편지로 써 보았다.
학교에는 이런 배려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예비소집일이라고 평일 오전에 오라더니
돌봄교실 신청 인원 초과로 추첨 한다고 평일 오전에 오라더니
신입생 학부모 오리엔테이션도 평일 오전
돌봄교실 운영 설명회는 평일 17시에 한단다.
험...
맞벌이에게, 특히나 직장맘에게 대한민국 학교는 참으로 가혹할 듯 하다.
강모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