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96일.
자고 일어나니 아기 목소리가 전과 달리 가늘다. 어디가 아픈가 걱정했다.
그런데 그날 엄마를 했다.
이전에 이미 ‘엄무루루아’나 ‘아뿌루루아’를 하기는 했지만,
이날은 하루 종일 엄마 엄마 엄마, 울 때도 엄마를 부르며 운다.
얼마나 엄마를 부르고 싶었으면 종일토록 엄마를 욀까.
이에 대한 아기 아빠의 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직립보행으로 인해 성대가 여러 가지 음가를 낼 수 있는 자유로운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아기가 말을 시작하는 것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 태어날 당시의 성대 위치는 발음을 할 수 없는 곳이다. 그 성대가 조금 더 고음을 낼 수 있는, 가는 소리가 나는, 여러 음가를 표현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겨져야 말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여자가 남자보다 말을 잘한다는 것도 여성의 성대가 조금 더 고음을 낼 수 있는 곳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남과 여는 뇌의 차이가 아니라 성대의 차이가 아닐까. 글쓰기에 관해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낫다는 주장이 없는 걸 보아도 언어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발음능력의 차이가 아닐까. 남자가 변성기를 지나면서 말수가 줄어드는 걸 봐도 성대가 발음하기 어려운 위치로 옮겨갔기 때문이 아닐까. 권위적인 남성이 말이 적다는 것도 권위적으로 보이려고 목소리를 낮게 깔기 때문에 발음하는 게 어려워서 말을 많이 못하는 게 아닐까. 텔레마케터들이 높은 음으로 말하는 것도 단지 사무적으로 친절하게 보이기 위함뿐만이 아니라 그런 음역이라야 말을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달변의 정치인은 대개 고음을 내는 것도 역시 낮은 음역의 성대는 말을 잘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여자 중에도 저음을 내는 사람은 말수가 적은 편이지 않나. 즉 여자가 남자보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말과 글을 포함한 언어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발음기관인 성대가 결정하는 게 아닐까.
생후 12일.
모빌을 달아주니 이렇게 좋아한다.
분명히 태어날 때는 V 라인이었는데
지금은 볼살이 토실하다 못해 아래로 처져서 신짱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