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직립보행을 하게 된 것이 얼마나 큰 혁명이었을까 우리 딸을 보며 새삼 느낀다. 유난히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몸 놀이를 좋아하는 우리 딸. 다른 아기들보다 일찍 뒤집고 기어다니고 사물을 잡고 일어났지만, 혼자서 걷기까지에는 정말 인체적으로 혁명적 발달이 필요한 듯하다. 특히나 보행기도 태우지 않고, 걷기를 앞당겨 주는 기구를 태우지 않아서 인지 친구 아이 보다 걷기가 느리다. 남들보다 느린 것 이야 상관이 없는데...

 

내가 우리 딸이 걷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이유는 자유로운 아기 우리 딸이 혼자서 독립적으로 여기저기 탐험하기를 즐긴다는데 있다. 산에 사는 우리는 마당에 우리 딸을 풀어 놓는다. 우리 딸은 3개월된 아지와 같이 텃밭 마당에서 기어다닌다. 물론 아지는 강아지임으로 3개월 뿐이 되지 않았지만 운동능력은 우리딸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아주 빨리 뛰고 빠른 속도로 뒹굴며 회전하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끄떡없다. 그런 아지를 계속 기어서 쫓아다니기에는 우리 딸의 능력으로는 역부족이다. 앞마당에서 아지와 함께 기어 노는 우리 딸을 보노라면 참 재미있지만 엄마로써 나는 우리 딸의 손바닥이 언제나 걱정이다. 그 손바닥은 나무 가시 배긴 자국 투성이에 상처도 여럿 있다. 하루는 내가 다른 일을 하는 동안 남편은 아기를 그냥 밭에 풀어 놓았다. 몇 시간 후 밭에 가보니 아기의 손이 피투성이였다. 온갖 마른 옥수수대와 나뭇가지에 찔려 양쪽 손이 피투성이가 되어 놀고 있는데 남편은 일하는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이렇듯 기어다니는 아기의 독립적인 바깥 나들이는 그의 연약한 손바닥을 위해서는 좀 삼가해야하지만, 일단 바깥 생활을 시작한 야생 아기에게 외출은 금지할 수 없는 일상이다. 그래서 봄이 찾아온 마당에 나가고 싶어 방에서 찡찡대는 딸을 보고 있노라면 다시금 딸아이가 저 험난한 마당에서 놀도록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아기들이 집밖에서 기어다는 것을 본 일이 없다. 오늘 친구의 생일 차 서울에 있는 뷔페 식당에 가게 되었다. 일요일 정오, 그 식당에서는 돌잔치가 두 개나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기 손님들이 유난히 많았는데 다들 아빠 품이나 유모차에 태워져 있었다. 식당 바닥과 복도는 나무 가시 하나 없이 보들보들한 석조바닥에 군데군데 카페트가 딸려 있지만 아기가 잘 정비된 식당 홀에 기어 다니도록 방치한 부모는 없었다. 우리 딸이 여기에 왔다면 식당 바닥을 두손 두발로 기어다니며 이것저것 만져봐야 직성이 풀렸을 것이다. 어제 서울로 오는 KTX 기차 안에서도 결국에는 고집대로 기어 다닌 못 말리는 딸이니 말이다. 우리 딸과 하루 차이로 태어난 친구의 딸은 우리가 식당에 있는 세 시간 내내 의자에 앉아 잘도 버티었다. 대견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다. 우리 아기의 야생성에 길들여진 나는 식탁 의자에 앉아 엄마가 주는 음식을 장난삼아 울지도 않고 몇 시간씩 버티는 친구의 아기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도시의 아기들은 외출만 하면 기어다기고 싶은 탐험욕을 어떻게 절제하게 되는 것일까? 이는 야생적 본능의 거세 혹은 길들임 ?

 

아기 손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가지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작업용 코팅 면장갑을 아기용을 제작할 수 없을까 고민해 보기도 했다. 그 장갑은 아마도 팔까지 길게 제작하여 아기가 스스로 혼자 벗을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기용 고무장갑도 좋은 생각일 것이다. 하루는 남편이 요즘 개발된 나노 테크놀로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내용인 즉슨 이 새로운 신기술이 손으로 험한 일을 하는 작업자를 위해 고안되었는데, 물고기 비늘로 된 특수 피부를 손 피부에 이식하여 새로운 피부를 생성하고, 생성 후 피부는 마치 코팅을 한 듯 상처가 나지 않아 농부들이 장갑 없이 일하기에도 아주 그만이라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잠시 우리 아기 손에 이 시술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결국 이 신기술은 남편의 형이 보내온 만우절 농담이었음이 잠시 후 밝혀졌다.

 

 

아기가 마당에서 기어 논 이후 목욕을 하고 잠이 들면 나는 조심히 아기의 손을 이리저리 살핀다. 오늘 큰 상처가 있지는 않았나, 나무가시가 더 박히지는 않았나... 간혹 반쯤만 들어간 가시가 있음 손톱깍이로 조용히 빼주기도 한다. 그리고 하루 빨리 우리아기가 두발로 서서 걸어다니며 강아지랑 놀 수 있기를, 우리와 함께 걸어서 탐험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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