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방학하면 엄마들은 개학이죠.
직장맘은 직장맘대로, 전업맘은 또 전업맘대로 방학중인 아이들 챙기며 보살피느라 고생들이 참 많습니다.
방학을 하면 평소에 자주 갈 수 없었던 전시회나 박물같 같은 곳은 꼭 들리게 됩니다.
아이들과 보기에 좋고, 같이 얘기할 꺼리도 있고, 너무 지루하지 않고, 의미도 있는 그런 전시회..
모든 학부모들이 찾을텐데요, 사실 이런 조건에 맞는 전시회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저처럼 열네살 사춘기 아이에서부터 열살 초등생, 일곱살 유치원생처럼 나이차이도, 관심사도
다 다른 세 아이가 있는 엄마라면 모두를 다 만족시키는 전시회 찾는 일이 머리에 쥐 나게 하지요.
그런데, 사춘기 아이도, 초등생도, 유치원생도 다 좋아한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한겨레에서 주관하는 '로이터 사진전' 말입니다.
사실 한겨레에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런 칭찬 하려니 꼭 짜고 치는 고스톱 같지만
아이들 반응은 아주 정직합니다. 재미없고 지루한 것은 아주 매정하게 판단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 전시회는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우선 사진전이라 내용이 분명해서 아이들이 보기에도 이해하기 쉽구요.
보도 사진전이라 심각한 사진만 있을 것 같지만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의 열과 혼이 담긴
다양한 섹션의 사진들이 있어서, 큰 아이처럼 시사나 해외 소식에 관심 있는 아이도
둘째처럼 환경이나 자연에 관심많은 아이도, 막내처럼 재미나거나 특이한 사진에
눈을 반짝이는 아이도 다 좋아할만한 사진들이 가득했습니다.
물론 세계사나 이런 저런 시사에 상식이 있는 아이들이라면 좀 더 풍부하고
재미나게 전시회를 즐길 수 있습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관계나, 폴 메카트니나, 911 테러나 조지 부시 대통령을 아는 큰 아이는
동생들보다 더 깊이 있게 전시회를 즐겼지만 아직 그런 것엔 관심이 없는 둘째나
모든 것이 다 새로운 막내에게도 나름 즐길거리들이 많은 전시회였거든요.
물론 어른들에게도 볼거리가 많은 전시회구요.
아무데서나 사진을 찍을 수 는 없지만 이렇게 사진 찍는게 허용되는 코너가 있어서 기념사진
남길 수 도 있구요, 사진 옆에 간단한 설명이 되어 있어서 부모가 조금만 더 부연 설명을 해주면
사진을 통해서 이 시대에 일어난 커다란 사건들에 대해 아이들에게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 줄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입니다.
(둘째는 이 전시회를 보고 와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학습만화책을 보기 시작했어요^^")
전시회를 다 보고 나면 꼭 기념품 샵에 들리게 됩니다.
전시회를 기억할 수 있는 비싸지 않은 기념품 하나 사는 것도 큰 즐거움이거든요.
사진전 답게 대표작들이 담긴 엽서도 좋구요, 전시회에 나온 모든 사진들이 다 담겨 있는
도록도 아주 훌륭하구요.
전시회가 열리는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은 이 외에도 다른 여러 전시회들이 같이 열리고 있으니
한번 나간 김에 다른 곳들을 더 들리고 와도 좋을 듯 합니다.
더운 여름날,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가 쉽지는 않지만 가끔 이런 좋은 전시회장을 찾아
유쾌한 콧바람도 한 번 쐬면서 건강하게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더 많은 분들이 '로이터 사진전'을 찾았으면 좋겠네요.
좋은 전시회 마련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