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품케어(아파트 단지 내
보육 프로그램) 부모들이 매월 정모를 시작했습니다.
4월 모임에서는 재능기부를 논 했고, 남편에게
묻지도 않고 ‘암벽등반체험’을 약속했습니다.
남편은 저에게
괜한 일을 벌렸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친구들에게 장비를 빌리고, 사전 답사를 하는 등 치밀한(?) 준비를 했습니다.
- 사전답사 중 개똥이와 특별수업
친구들에게 장비를
빌리면서 혹시 도와줄 수 있는지도 확인 했으나,
다들 다른 일정이
있다 했습니다.
품케어 가족의
호응도 좋아서 처음인데 다섯 가족이 참석 하겠다 했습니다.
다섯 가족이면
최소 어른 5명, 아이 5명 10명인데, 4인 가족도 있으니…
저는 출근이라
남편 혼자 감당이 될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정말 혼자 괜찮겠냐
물으니…
김모씨 : “정호 올 꺼야”
강모씨 : “정호씨 온대?”
김모씨 : “온다고는 안 했는데, 올 꺼야”
강모씨 : “온다는 거야 안 온다는 거야?”
김모씨 : “내가 오라고 했더니, 대답은 안 했지만 웃더라고. 그러니까 올 꺼야”
끙….
약속 했던 5월 어느 일요일 저는 출근을 했고,
남편은 개똥이와
판교 암벽장으로 향했습니다.
남편 친구 부부와
또 다른 친구까지 합류하여 3명의 지원 인력이 확보되어,
저는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잠시 후 단체
카톡 방에 사진과 함께 중계방송이 시작 되었는데,
그 열기는 정말 뜨거웠습니다.
도전하지 않은
아빠들도 있었지만, 엄마들은 모두 도전 했고,
처음이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은 실력을 발휘 했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쉼 없이 도전했습니다.
이날 도전자는 성인 6명, 어린이 8명 총 14명.
자일 2개를 걸고,
남편은 꼬박 2시간 30분 동안 쉬지 않고 빌레이(암벽등반 안전 확보자)를 봤고,
지원 인력 3명도 교대로 빌레이를 봐야 했답니다.
남편은 힘들긴 했지만, 1년 2~3번 이런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면서
암벽이 성인 위주로
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하기엔 조금 벅차다며
그 동안 아이들의
시선에서는 생각 해 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시설을 관리하는
성남시에 아이들을 위한 홀더 몇 개를 설치 해달라 건의 예정이랍니다.
다음날 암벽 등반을
체험한 사람들은 근육이 아프지만 아주 기분 좋은 통증이라고 했고,
그 중 몇 명은
암벽 등반을 배우고 싶다며 이런 저런 문의를 해 왔고,
급기야 실내 암벽장
방문에 이어 암벽화 구입까지 광속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잠자고 있던 본능이
깨어난 걸까요? ㅎㅎ
다음 체험 시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 벌써부터 걱정이 많은 남편에게
다음에는 저도
빌레이를 같이 보겠다고 안심 시켰습니다.
등산학교 5주 코스 졸업이 전부 이지만, 저에게도 잠자고 있던 본능이 있기를
바라면서.
기부할 재능이 없어 남편을 내세웠던 강모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