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이곳도 곧 졸업과 입학 시즌이 시작됩니다.
분주함과 설레임과 두려움이 사람들 주변을 감싸고.
입학/졸업하는 아이가 우리집엔 없지만
가만 있어도 바쁜 요즘
한 학년을 마무리하는 행사가 이어져 매주 학교나 유치원을 방문하느라 정신없습니다@@
모레는 큰아이 학교에 발표회가 있고, 작은아이의 별난 유치원은
이 추운데 무슨 소풍을 간답니다 글쎄;;
다들 바쁘시죠...
읽다가 뭉클해지는 글이 있어 옮겨 봅니다.
커피에게 유일한 위안을 받고 사는 요즘 제 마음을 대필해 준 듯.
내가 어렸을 때 보았던 엄마 책상 위에 잔뜩 쌓여있던 책과 서류들은
외국 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받기 위해 작성하던 보고서들이었다.
엄마는 한 푼이라도 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읽고, 쓰고, 조사하고, 다시 썼다.
그 당시 얼마나 괴로우셨는지 우리들한테 엄마가 힘들어서 그러니까
담배 좀 피우면 안 되겠냐고 물으신 적이 있으시단다.
당연히 우리는 농담인지도 모르고 펄펄 뛰며 말렸다는데,
어쨌거나 자식들의 반대로 담배는 못 배웠지만 대신 엄마는 그 고달픔을 커피로 달래셨다.
이제야 나는 그 풍경의 진실이 보인다.
엄마가 그토록 맛있게 먹던 달달한 커피와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서류더미와
이른 아침의 밥냄새가 어떤 의미인지.
감옥에 가 있는 남편을 대신해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여성학자가
아이들이 깨기 전에 밥을 짓고, 책을 읽고, 일을 마치는
그 고통스럽고 고독한 시간의 유일한 위로가 그 한 잔의 커피였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가장 근사하게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은
실은 매일 새벽 용기를 내서 주먹을 쥐며 일어나야 했던,
인생에서 가장 어둡고 가난한 시절을 보내던
엄마의 슬픈 초상이었던 것이다.
- <소울 푸드> / ..커피향 엄마를 기억하세요? 중에서
'용기를 내서 주먹을 쥐고 일어나야 하는'
모든 엄마들의 새벽을 위해.
저만치 봄이 오고 있어요.. 조금만 더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