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거주하면서 두 자녀를 모두 명문대에 보낸 주부 A(50) 씨는 매일 오전 7시면 이웃에 사는 네 살배기 B 군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A 씨는 B 군을 유치원에 보내는 대신 직접
영어로 책을 읽어주고
과학실험 실습실에 데려가 영재
교육을 받도록 한 뒤 나머지 오전 시간은 B 군과 토론식
대화를 하며 보낸다. 오후가 되면 레고블록 강습을 전문적으로 하는 놀이 강사와 원어민 영어회화 강사를 집으로 초빙해 과외까지 시킨다.
또 A 씨는 주말이면 축구 경기나 발레
공연 관람 등
체험학습을 시키고 B 군으로부터 일기 형식의 보고서를 받아 첨삭
지도까지 한다. 자녀들을 명문대에 보낸 노하우를 살려 월 1000여만 원의 수고료를 받고 B 군을 맡아 대신 기르는 A 씨는 이른바 ‘사교육 대리모’ 또는 ‘대치동 대리모’로 불린다.
12일 학원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도곡동 일대에서 남의
아이를 맡아 기르면서 명문
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생활 및 진학지도 등 일체를 책임지는 사교육 대리모가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임여성을 대신해 아이를 낳아 주는 일반 대리모와 달리 사교육 대리모는 자신의 자녀를 특수목적고나 명문대, 외국
대학 등에 보낸 노하우를 위탁받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접목시킨다. 이에 따라 아이들은 등하교하듯 대리모의 집을 오가거나 아예 숙식을 하며 생활 전반을
관리받는다.
1∼2명의 아이만 맡아 기르며 개인별 맞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교육 대리모의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지만 교육 일체를 책임져 주기 때문에 강남 상류층 사이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진학컨설팅 업체인 세븐멘토의 김은실 소장은 “사교육 대리모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연 1억 원 이상 버는 대리모들도 여럿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교육 대리모 유행에 대해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실장은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낼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어긋난 자식
사랑이 만들어낸 상식 밖의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