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롱잔치의 계절..
아이들이 받을 스트레스, 불필요한 기회비용 등을 이유로 반대하거나 썩 내켜 하지 않은 부모들이 다소 있었을 것임을 안다. 하지만, 일년에 하루, 그 한 날을 위해서 반 아이들끼리 똘똘 뭉쳐서 연습하고 잘하자고 파이팅 하는 아이들에게 그 과정을 겪어내게 하는 것이 나쁜 경험일 뿐인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년에 하루 온전히 감동스럽고, 내 아이를 위해 애타는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는 일을, 부모로써 꼭 경험해보고 싶었다.
응원피켓도 준비해야 했고, 협소한 공연장에 자리를 맡기 위해 두 시간 전에 가야 하는 일까지 다소 번거롭긴 했지만, 우리 아이가 보여줄 멋진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컸다. 엄마 또한 즐거운 스트레스였다. 이깟 스트레스 쯤이야… ^^
공연시작. 평소 보지 못했던 원장님의 드레스에 당황스러웠던 것도 잠시. 우리 아이 반이 준비한 코너가 아니더라도 형아 동생들의 무대는 모두 하나 같이 대견하고 멋지고 그랬다. 이 아이들을 준비시키고, 소품 준비며, 이 무대를 꾸미신 선생님들은 또 얼마나 어마어마한 노력을 하셨을까..
아마 대부분 부모가 그러했을 것이다. 간혹 몰래 눈물을 훔치는 엄마들도 있었고, 울컥하느니 소리 높여 응원을 하는 엄마들도 (나처럼) 있었다. 아이들의 율동이 k-pop음악이었는데, 첫 코너는 “전쟁이야”였다. 아니! 일곱 살 아이들이 이렇게 멋질 수 있나?!!! 하며 요 때부터 엄마 아빠들이 감동을 먹기 시작하셨다는 거.. 부모라면 같은 마음이었을 거란 생각이다. 다들 축제처럼 적당히 잘 즐기는 모습..
우리꼬마는 “무대체질”임을 인정받았을 만큼 무대 위에서 펄펄 날며(잘했다는 뜻이 아니라, 즐겼다는 뜻) 열심히 엄마와 눈맞추며(이럴라고 일찍 가서 자리 잡고 앉아있었음) 열심히 자기 자신을 뽐냈다. 해낼 수 있음에, 자신 있게 여러 사람 앞에서 잘 해낼 수 있음에, 우리 꼬마는 이전에는 몰랐을 자신을 경험했을 것이다. 또 친구들과 같이 무대를 꾸미고, 선생님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무엇인지도.
엄마로서 내가 느끼는 감동이나 대견함, 뿌듯함과는 별개로, 이 행사 하나가 아이에게 수많은 경험을 하게 하고, 수많은 느낌을 갖게 해주었을 것이기에…
그래서 나는 재롱잔치가 정말 정말 맘에 들었다.
그런데 동네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노로 바이러스가 유행인데 애들 뽀뽀는 왜 시키냐는 둥, 누굴 위한 재롱잔치냐, 대관 및 옷과 재료 대여비 등을 받아서 리베이트 받아먹을 게 뻔하다는 둥.. 불만스러운 후기들도 있었다. 하아… 그렇다. 재롱잔치가 낳는 폐해들도 분명 있을 수 있다. 그게 우리 아이의 어린이집이든 다른 기관이든.. 그런데 그 폐해 막자고 이렇게 축제스럽기도 어려울 것 같은 행사를 안하고 넘어가면 너무나 섭섭할 듯 하다.
꼬마는 두 달여 가량, 서 너곡의 안무를 연습하면서 즐겁기도 하고 투덜투덜 짜증내기도 했다. 짜증내며 율동연습 하는 게 싫다고 했을 때는 지겹거나, 혹은 흥미가 덜한 안무를 연습해야 했을 때, 혹은 자기가 틀렸을 때, 더 돋보이고 싶은데 친구와 같이 줄 서서 맞춰야 할 때.. 등등이었다. 아이들이 받을 스트레스 때문에 반대하시는 부모님들 섭섭하시겠지만, 아이가 부모에게 선사하는 그 기쁨의 강도를 충분히 누려보시라고 하고 싶다. 간혹 전혀 적응을 못하거나 스트레스의 강도가 심한 아이들의 경우라면.. 부모가 충분히 고려해서 조치를 취하면 될 것 같다.
그냥 간단히 말해서, 좀 즐깁시다 우리도! 재롱잔치 아닙니까~~ 재롱 좀 보자구용~^^
아.. 내년 재롱잔치가 벌써 기대해도 될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