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이 사람들의 삶을 전반적으로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에는 토를 달 일이 없다. 그러나 거기에도 노동 조건 악화와 환경오염 같은 그늘이 있었고, 그 그늘 속에 아동이 있었다. 자본가들은 값싼 임금 때문에 아이들을 고용했고, 그 착취의 현장에서는 학대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찰스 디킨스처럼 사태의 심각성을 몸소 겪거나, 혹은 간접적으로 알게 된 작가들이 소설을 통해 산업혁명 시대 영국 노동 현장의 참상을 고발했다. 그러나 그 어느 작품보다도 생생한 고발은 의회 청문회에서 있었던 증언이었다. 최대 하루 19시간 일하던 아이들에게 식사 및 휴식으로는 단 1시간이 주어졌다. 한끼 식사비밖에 되지 않는 임금조차 지각을 하면 4분의 1로 줄었다.

그뿐 아니라 지각에는 매질이 뒤따랐다. 자녀들을 공장에 보낸 한 증인은 매질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모두가 맞았다고 확언했다. 특히 그의 맏딸이 했다는 말은 언어도단의 경지에 달했다. “감독이 혁대로 때렸어요. 그렇지만 찾아가서 말하지 마세요. 그러면 일자리를 잃어요.” 한 어린 노동자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은 적은 한순간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럼에도 누적된 피로는 다음날 아침의 지각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자본가들은 그 보고서가 일방적으로 편향된 것이며 반대 증언도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다고 항변했다. 19세기 초에 노예제 폐지라는 개가를 올렸던 국회의원들조차 사라진 노예 노동력을 아동 노동력으로 대체하지 못하면 경쟁 국가에서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라며 자본가의 편에 섰다. 그럼에도 마이클 새들러 같은 의원들의 꾸준한 노력에 힘입어 1833년부터 아동과 부녀자의 노동 시간을 제한하는 노동법이 제정되었고, 결국 환경 조건을 개선시키려는 법령까지 만들어졌다.

그래도 최소한 그 시절 그곳에선 아이들이 급료를 받았구나. 이곳에선 수업료를 내고 양육을 위탁한 곳에서 무자비한 폭력이 이루어지는데.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위 내용은 2015년 1월 22일자 한겨레신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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