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번주 보고부터 할게요! 지난번 '엄마는 아이의 노예인가'에서 말씀드렸듯이 철인3종경기를 하고 있던 찰나에, 결국에 탈이 제대로 났답니다. 스트레스성 장염! 새벽에 아픈 배를 움켜잡고 신랑을 깨워 응급실로 직행. 진이도 당연히 같이 데려 갔지요. 링겔 맞고 주사 맞고 나서 집에 와서... 죽어가는 목소리로 친정엄마 에게 SOS! 친정엄마 오셔서 3일동안 알뜰살뜰 저를 보살펴 주셔서 살아났답니다. 친정엄마 최고!
회사에 사정을 얘기해서 다음주부터는 주3회만 근무하기로 했구요. 대신 친정엄마가 일주일에 이틀 오셔서 일할동안 집안일에 애기 좀 봐주시기로 하셨어요. 휴~ 드디어 철인3종경기가 끝났네요.
오늘 할 이야기는 '모유수유'에 대한 이야기. 제 친한 친구가 아기 볼려고 놀러왔어요. 제 친구는 미혼. 어찌된 일인지 제 친구들 중에 출산은 고사하고, 결혼한 사람도 아예 없네요. 제 나이 서른이니 적은 나이도 아닌데, 만혼, 저출산이 실감납니다.
근데 제 패션에 대해서 뭐라 뭐라 하는 겁니다. 옷 색깔이 왜 이렇게 칙칙하니... 왜 이렇게 편한 옷만 입니... 음, 애를 자꾸 안아야 하고 애가 침흘리고 토하고 하는데 그나마 티 덜나고, 세탁이 용이하고, 어차피 집에서만 있는데 편한게 장땡이지!
그래서 옷을 사볼까 해서 친구하고 인터넷으로 같이 고르는데, 제가 요즘 옷을 살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능성!(당연히 처녀적에는 이러지 않았죠) 옷색깔도 너무 밝으면 안되고(애기 침흘리고 토했는거 티 덜나게..), 물빨래 되고, 그리고 가슴팍에 단추가 있어서 모유수유하기 용이한것. 그래서 요즘은 셔츠, 셔츠원피스 위주로 옷을 삽니다. 근데 제가 고른 옷을 보고 제 친구가 하는 말. "이건 4-50대가 입는 옷이잖아!!" .... 저는 "모유수유 하면 어쩔 수가 없다. 티셔츠 입으면 들어올려야 되서 배까지 보이니깐 외출해서 수유하게 되면 불편하다" ... 그러니 제 친구가 모유수유 때문에 굳이 그렇게 안예쁜 옷을 입어야 하냐며, 예쁜 옷 평소에 입다가 젖먹일때만 옷을 갈아입던지(정~말 현실감 없는 말이네요.. 내 하루 일과의 5할이 젖주기인데..), 모유수유는 수유실에서 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제가 "수유실이 따로 있는 경우가 드물어서 식당이나 카페에서 급하게 해야 할때는 구석에서 살짝 가리고 해야 할때도 있다" 그랬지요. 그랬더니 제 친구 하는 말. "모유수유는 화장실 같은 곳에서 해야지"
........ 저는 그 말에 왜그리 화가 나던지요. "화장실이 똥누는 곳이지, 밥먹는 곳이냐. 너는 화장실에서 밥 먹을 수 있냐. 모유수유하는게 애기가 밥먹는 것 뿐인데 그게 뭐 그리 잘못됐는지? 분유먹는 니 조카도 그럼 화장실에서 먹여야 겠네?"라고 대꾸했더니 "분유하고 모유수유하고 같냐"라는 친구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애기가 밥먹는건데 뭐가 다르냐?"라고 대답했지만 정말 화가 많이 났습니다.
........ 갓난애기가 배고파서 급해서 엄마가 젖 좀 잠깐 먹인다는데, 젖가슴 약간 보이는게 그렇게 불쾌한 일인가요? 어차피 젖먹일때 뒤돌아서 먹이고, 옷으로 가리고 하면 가슴 별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젖 먹일 때마다 그럼 화장실에서 변기에 앉아서 먹여야 하는지, 거기서 젖먹이면 더러운 병균 옮아올까봐 더 걱정되네요. 친한 친구였는데 너무 화나고 서운한 마음에 잠도 오지 않을 지경입니다.
저는 프랑스 육아방식을 별로 실천하지는 않지만, 프랑스 사람들하고 한가지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어디서든 젖주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랍니다. 원체 프랑스라는 나라가 남의 이목을 신경쓰는 나라가 아니기는 한데, 그래서 사람들 있는 데서 젖을 줘도 전~~~혀 신경을 안씁니다. 저희 집에 프랑스 사람들이 놀러 많이 오는데(결혼 안한 총각들도 있고, 부부도 있고요), 다같이 저녁먹고 이야기하다가 제가 중간중간에 젖을 줘도 아무 관심이 없고, 하던 얘기 계속 하고, 마시던 와인 계속 마시고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원래 가슴을 가리거나 다른 방에서 젖 주고 했는데, 자꾸 제가 대화에서 소외되는 것도 있고, 그리고 수유가리개로 힘겹게 수유하고 있으니 '왜 그렇게 불편하게 있느냐'는 얘기도 듣고 해서, 그냥 안가리고 젖주는데 정말 편합니다.
우리나라 모유수유 비율이 OECD 국가 중에서 낮다는데, 왜그런지 새삼 이해가 갑니다. 저는 모유수유만이 진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금 젖을 먹일 수 있는 상황이고(젖도 충분하고, 아이도 잘 크고, 재택근무하고 있으므로), 젖 먹이면서 아이와 소통하는 그 기분이 좋아서 당분간은 계속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젖 주라는 둥, 이렇게 사람들한테도 사회에서도 소외되는 느낌입니다. 그 친구도 저를 너무 이해 못하는 것 같아서 속상합니다. 생각이 많아 잠이 오지 않는 밤입니다.
* 아침에 친구가 저한테 생각이 짧았다고 사과했고 그런데도 제 마음은 조금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