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아기 돌보기(게다가 지금 완모에 직수중), 각종 집안일에, 회사일까지 하고 있다. 철인3종경기가 따로 없다.
회사는 원래는 그만둘려고 했으나 친정엄마와 주변 사람들의 격렬한 반대가 있었다. 요즘 세상에 직장 다시 구하기 힘들다며.. 우리 신랑은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두라고 했는데 왜 주변 사람들이 난리인지.. 여하튼 회사일은 하고 있다. 그동안 회사 다닌 경력이 아깝기도 했다. 회사에서는 다행히 재택근무로 전환시켜 줬고 다음달부터는 업무를 주2일만 근무하기로 했다. 다음달부터 주2일 일하는 동안에는 우리 친정엄마가 아기를 돌봐주기로 했다. 어쨌든 다음달 되기 전까지는 이 철인3종경기를 좀더 지속해야 한다. 그나저나 다음달은 언제 오나...
어릴 때부터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자"는 교육에 세뇌당해서인지 아기 돌보기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직수로 완모하고 있고, 애하고 열심히 눈맞추고 놀아주고 웃어주고(좋아서 웃을때도 있지만 억지로 웃을때도 있음), 열심히 업어주고, 하루에 한번씩 바깥 구경도 시켜준다(덕분에 나도 바람 좀 쐬고). 목욕도 시키고, 빨래도 해야 하고, 기저귀도 주문해야 한다... 그러고 젖을 만들수 있도록 내 영양섭취도 하루 세끼 챙겨야 하고, 나도 한번은 샤워해야 하고(특히 상의는 젖으로 범벅되어 있다), 요새 내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져서 청소기도 돌려야 하고, 쓰레기 버리고, 분리수거에...... 회사일은 빼 놓았는데도 참으로 할 일이 많구나!
혼자서 뒤집고 엎드리고 잘~ 노는 우리 아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프랑스 신랑은 나를 보고 항상 혀를 내두른다. 신랑이 항상 자주 했던 말은 '모유수유 그만 좀 하자'... 모유수유 해서 애 건강한 것도 좋지만 분유 먹인다고 애 죽지 않는다며, 애도 중요하지만 부인도 살아야 되지 않겠느냐, 분유 먹이면 내가 도와줄 수 있다...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답한다. 젖이 안나오는 것도 아니고, 나오는 젖을 말릴 수는 없지 않느냐.(사실 말릴 수도 있을텐데!)
프랑스 신랑은 날더러 한번은 "너는 아이의 노예야"라고 해서 크게 싸운 적이 있다. 나보고 애가 울면 3초 만에 달려간다며, 아이가 상전인 것처럼 모든 것을 다해주고 있다며... 사실 프랑스 육아는 한마디로 좀 정이 없다. 태어나서 3일만에 방 빼서 혼자 재우고, 좀 울어야 된다며 약간은 내버려두는 식이다. 그래서 나는 시어머니하고 남편하고 말다툼 많이 했는데 내가 이겼다. 결국엔 0.1% 프랑스 육아법을 가미한 99.9% 한국식으로 키우고 있다. (참고로 아이는 백일 즈음부터 다른 방에서 혼자 자고 있는데 이게 유일하게 내가 받아들인 프랑스 육아법이다. 원래는 내가 끼고 같이 잤는데 혼자 자도 잘자길래 얼떨결에 혼자 자기 시작했다.)
정답은 뭔지 모르겠다. 근데 지금 힘들기는 하지만 신선한 경험이다......(이 말을 해놓고 왠지 씁쓸함이 더해진다) 첫째 아이라서 신랑도, 나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워나가겠지... 우리 친정엄마는 애 키우는 어마이가 다 그렇 다며, 다들 그냥 그렇게 키우는 거라고 했다. 애기 엄마들 아빠들 다들 힘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