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눈물

자유글 조회수 4419 추천수 0 2015.03.18 10:19:41

시니어 통신

지난 주말 많이 울었다. 영화 <다이빙벨>을 보았기 때문이다. 딸과 함께 영화를 보는 내내 일어난 감정은 분노였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 때문에 흐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제하려 했지만 마음이 무너져버렸다고나 할까? 주체할 수 없이 울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딸은 나를 슬그머니 쳐다보기만 할 뿐 따라 울지 않았다.

딸이 유치원에 다녔을 때만 해도 내가 울면 같이 울면서 “엄마, 울지 마. 엄마가 울면 나도 울잖아”라고 했다. 아이들은 크면서 텔레비전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우는 나를 오히려 구박했다. 특히 어려서 울보였던 마음 여린 아들은 내가 우는 걸 아주 싫어했다. 아마도 내가 좀 주책없게 울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냥 살포시 눈물만 흘리는 것이 아니라 엉엉 울거나 막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흑흑거리기도 했으니까.

한번은 텔레비전을 보던 내가 또 울자 딸은 “에혀, 울 엄마 또 운다. 또 울어”라고 했다. 그런데 아들은 소리를 빽 지르며 “울지 마! 내가 이런 것 보지 말라고 그랬지”라고 말하며 텔레비전을 확 꺼버렸다. 밥을 다 먹고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 흔들리는 마음으로 설거지를 하려는데 아들이 미안했던지 내 뒤에 와서 이랬다. “엄마, 내가 설거지해줄게.” 설거지를 다 한 뒤에도 엄마가 가여웠던지 “엄마, 내가 설거지해주니까 좋지? 그러니까 울지 마”라고 했다. 눈물 덕분에 효도받았다고나 할까? 이렇게 아이들은 엄마의 눈물을 싫어한다. 엄마의 슬픔이 저절로 전달되어 자신도 아프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 중에 김영은이라는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은 세월호 침몰 직전 친구의 휴대전화에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엄마 미안해. 아빠도 너무 미안하고. 엄마 정말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정말.” 영은이는 자신이 먼저 떠나고 나면 남게 되는 아빠와 엄마의 슬픔을 그냥 알았을 것이다. ‘아빠와 엄마가 슬퍼서 어떻게 사나’ 하는 생각에 미안해 울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슬피 울면 구박할지언정 함께 있어줄 아이들이 있는데, 영은이 엄마를 비롯한 다른 희생자 부모들은 그 슬픔을 누구에게 위로받을 수 있을까? 그 아픔이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 정말 잊을 수 없는 비극이다. 잊지 말아야 할 비극이다.

김미경(54) 한겨레주주통신원


(*위 내용은 2015년 3월 17일에 인터넷한겨레에 오른 내용입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수
1035 [자유글] 빈둥지 imagefile [10] 꽃보다 에미 2015-04-22 7008
1034 [자유글] [영화] 내가 나를 잊어도… 나는 나야 image 베이비트리 2015-04-22 9129
1033 [자유글] [120일]모유수유는 화장실에서 해야지... [14] 진이맘 2015-04-20 7677
1032 [자유글] 스파이더맨을 전철역에 빠뜨리고 아이언맨을 얻은 개똥이. imagefile [13] 강모씨 2015-04-18 6738
1031 [자유글] 잊지 말아요 세월호 1년... 추모음악영상입니다 [1] 베이비트리 2015-04-16 11639
1030 [자유글] [116일] 엄마는 아이의 노예인가... imagefile [9] 진이맘 2015-04-14 9121
1029 [자유글] 고무줄 놀이에 관한 기억 [1] 숲을거닐다 2015-04-13 4951
1028 [자유글] [1] 난엄마다 2015-04-05 4501
1027 [자유글] 드뎌 내일 돌잔치해요~~광화문 더베네치아파티에서요^^ imagefile [2] singersky 2015-04-03 6167
1026 [자유글] 한복입고 전통 백일상 차렸어요. [5] 진이맘 2015-04-03 6014
1025 [자유글] 꽃보다 더 향기로운 이 봄꽃 향기 image 베이비트리 2015-04-02 4609
1024 [자유글] [왜냐면] 애들 급식 가지고 이러지들 맙시다 베이비트리 2015-03-24 4347
1023 [자유글] 캠핑장 사고, 너무 안타깝습니다.. [3] 윤영희 2015-03-23 4869
1022 [자유글] 모두 다 사랑하리, 박애주의자 6세 개똥이. imagefile [4] 강모씨 2015-03-21 5761
1021 [자유글] 90일된 아기, 너무 잘자서 서운해 imagefile [6] 진이맘 2015-03-21 8227
» [자유글] 엄마의 눈물 [1] 베이비트리 2015-03-18 4419
1019 [자유글] 직접 써본 보령메디앙스 닥터아토 아기 물티슈 3종 추천!! imagefile [2] kosziii 2015-03-17 8732
1018 [자유글] 반갑다, 여성 중심 드라마…더구나 채시라여서 image 베이비트리 2015-03-16 5125
1017 [자유글] 여자들만의 명절 imagefile [4] 윤영희 2015-03-13 8505
1016 [자유글] 아동 학업 스트레스 [2] bf0967 2015-03-13 4422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