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용돈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유치원 à 품케어 à 집 이어야 할 동선이
유치원 à 품케어 à 동네슈퍼 à 집으로 고정되고,
매일 구입하는 품목의 가격도 만만치 않았는데,
1개로 제한하는 것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퇴근 후 옷 갈아 입는데, 개똥이가 오늘은 뭘 안 샀다며 나가자고 졸랐습니다.
“그럼 딱 천원 짜리 사는 거야”하면 500원 짜리 2개를
보여 주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주머니에는 500원짜리 1개을
더 챙겨 집을 나섰습니다.
녀석은 편의점으로 향했고, 1분 2분… 5분이 지나도 녀석을 살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10여분 정도 편의점에 머물며 가격 확인만 수 차례. (편의점에서는 스티커도 2천원 이었습니다.)
결국 빈손으로 편의점을 나섰습니다.
녀석은 실망했고, 슬며시 짜증을 내는가 싶더니, 편의점
밖에서 눈이 반짝입니다.
“엄마 저거 해요!!!!”
500원 짜리 1개 또는 2개를 넣고 돌리면
뭔가 나오는 기계.
거기서 찍찍이 장난감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날부터 개똥이에게 앞으로 2일에 천원씩 쓸 수 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하루에 500원인 셈이죠.
천원 쓸 수 있는 날을 하루 참으면 다음엔 2천원을 쓸 수 있다고 말했더니,
“그건 너무 어려워요” 했습니다.
녀석은 과자 대신 장난감이 더 좋았던지 군것질을 끊고 쇼핑 하는 날을 기다렸습니다.
천원 짜리는 식상했는지 정말 참으면 더 비싼 것을 살 수 있는지 확인 하더니,
“엄마 한번 참아 볼께요. 근데 이거 엄~청! 힘들어요” 하더군요.
그렇게 어렵게 4천원을 만들었습니다. 8일을 참은
셈이죠.
마침 토요일 녀석은 신이 나서 문방구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문방구에서 녀석이 원하는 물건은 수 만원 이었습니다.
8일을 참았으면,
4천원이면 정말 근사한 것을 사게 될 줄 알았는데…
한참 서성이며 물건을 사지도 문방구를 떠나지도 못하는 녀석이 안쓰럽기 까지 했습니다.
다른데 가보자며 문방구를 나와 동네 잡화점을 찾았습니다.
거기에서도 장난감을 보았던 기억이 있었는데, 막상 가 보니 대부분 9천원 이었습니다.
“개똥아, 여기
장난감은 다 9천원이다. 네가 열 밤을 더 참으면 살 수
있어. 한번 해 볼까?”
“엄마 그건 진짜 어려워요”
터벅터벅 길을 걷는데, 마침 시작된 불볕더위에 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더워요.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
“먹을래? 그런데
아이스크림 먹고 나면 장난감 살 수 있는 돈이 주는데, 그래도 먹을래?”
“그럼 안 먹을래요”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내가 너무 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복잡했습니다.
“우리 다OO 가
볼까?”
“거긴 어딘데요?”
“유치원 지나서 조금 걸어야 하는데, 거긴 싼 물건이 진짜 많대”
“가요. 멀어서
힘들지만 싼 물건이 많다니까 갈 수 있어요”
녀석 몰래 피식 웃었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다OO.
장난감 코너를 접하고 녀석도 저도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엄마 여기 진짜 많아요. 이거 얼마예요?”
“천원, 천원, 천원, 천원, 천원 여긴 3천원, 3천원, 3천원, 3천원”
“엄마 그럼 천원짜리 1개, 3천원짜리 1개
그렇게 사도 돼요?”
“그럼 그럼”
녀석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신중하게 물건을 골랐고, 집으로 가는 내내 행복 해 했습니다.
- 다ㅇㅇ에서 행복한 고민 중인 개똥이.
그렇게 어렵게 구입한 장난감이니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저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하루도 되지 않아 2개중 하나를 망가뜨리고 별 미련도 없어 보였습니다.
하루 500원이라는 금액이 6세 남아에게 적은 것인지, 많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히 군것질은 줄었습니다.
먹는 것 보다는 장난감이 … 장난감을 구입하는 행위가 더 좋은가 봅니다.
그리고 고가의 장난감을 손에 넣으려면 오래오래 참아야 한다는 것도 조금은 알게 되었고요.
녀석에게는 숨구멍이 있는데, 바로 이모할머니와 셋째 고모입니다.
이모할머니는 개똥이가 놀러 가는 날이면 문방구에서 원하는 장난감을 아낌없이 사 주십니다.
물론, 이모한테 그러시지 말라고 협박, 회유, 애원 해 봤지만 소용 없습니다.
개똥이는 이모할머니가 보고 싶어지는 날이 잦아 졌습니다.
셋째 고모는 마트에 갔다가 젊은 엄마들이 줄 서 있는 걸 보고
본능 적으로 줄을 서서 인당 1개만 살 수 있는 터ㅇㅇㅇㅇ를 사고
바로 모르는 아줌마한테 부탁 해서 1개 더 사서
개똥이에게 보내 주시는 쎈쑤만점에 애정만땅 이십니다.
하루 걸러 하루 천원을 기어이 쓰더니 이제는 거르는 날이 많아졌는데,
목돈이 들어 가게 생겼습니다. 허허.
- 용돈 기록장, 500원을 사용한 날은 X표. 8월 23일 현재 5천원을 쓸 수 있습니다.
강모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