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방학은 개똥이에게는 특별했습니다.
바로 사촌 둘 덕택 이었지요.
7월 마지막 주를 앞두고 큰 동생네서 급하게 연락이
왔습니다.
개똥이가 다니는 <품케어>에 혹시 조카
둘을 맡길 수 있겠냐고,
안되면 아이들 이모가 있는 태백에 보내야 한다고.
하여 개똥이는 8세 사촌누나와 하루 늦게 태어난 동갑 사촌과
5일을 함께 보내게 되었습니다.
저야 애들이 깨기 전에 출근하면 그만 이었지만,
친정어머니께서는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대부분
스스로 했지만), 입혀서
<품케어>에
데려다 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 하셨습니다.
다행히 친화력 최고의 조카 둘은 <품케어>라는
낯선 공간, 낯선 선생님, 낯선 친구들과
금방 친해져서 아주 아주 잘 놀았답니다.
첫날 <품케어>에서 저녁까지 먹고 귀가한
아이들은
"근데, 왜
<품케어>에서 점심도 먹고 저녁도 먹어야 해요?" 항의를 하는가 싶더니
화요일 아침에는 할머니와 저녁에 "고기에 상추쌈"을
먹기로 합의를 보고, 결국 고기를 먹고.
수요일엔 짜장면에 탕수육을 쓱싹.
목요일엔 돈까스를 싹싹.
아주 아주 맛있게 먹었답니다.
녀석 셋이 모이니 소란스럽고 정신 없기도 했지만,
지들끼리 목욕도 하고 (이제 컸다고 목욕 사진은 못 찍게 하더군요),
공부도(!!!) 하고...
정말 신나게 놀았답니다.
- 3년전 : 5세, 3세 시절
- 8세, 6세... 훌쩍 커버린 녀석들.
그렇게 5일을 보내고 갔던 조카들이 8월 둘째 주에
다시 왔습니다.
녀석들은 더 신이 났고, 저녁이면 녀석들의 요구사항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고모 키위 주세요"
"고모 짜요짜요 짤라 주세요"
"엄마 우유 주세요"
"그래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줘~"
"고모 키위 하나 더 주세요"
"고모 짜요짜요 하나 더 짤라 주세요"
"엄마 우유 한잔 더 주세요"
퇴근 1시간 만에 영혼이 털린 기분이었습니다.
엉망이 된 놀이방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작은
외숙모가 떠올랐습니다.
어릴 땐 방학이면 외가에 갔습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외가댁에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작은 외삼촌, 작은 외숙모 그리고 6자매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우리 3남매가 더해지면서
작은 외숙모께서는 13인분의 식사를 하루 세 번 차려 내셔야 했습니다.
곰곰 생각 해보니 외가댁에서 작은 외숙모의 모습은 많이 보지 못했던 같습니다.
어딘가에서 늘~ 일을 하고 계셨기 때문이지요.
13명이 여름을 나자면 빨래는 또 얼마나 많았을까요?
살면서 두고두고 감사한 어린 시절의 따뜻한 추억입니다.
조카 둘이 두 번째로 머물던 주는 광복절 연휴로 작은 동생네 까지 합류하여
8세 2명, 6세 2명, 5세 1명으로 구성된 독수리 5형제가 2박 3일을 더 했습니다.
방학은 뭐니 뭐니 해도 노는게 최고.
그것도 또래가 비슷한 사촌과 함께 라면 완전 최고!
강모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