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랫만입니다. 다들 더운 여름을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글은 잘 남기지 못하고 있지만, 베이비 트리는 수시로 들려 읽고 보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여름마다 서늘하다 못해 추웠었는데, 올해 여름은 이상기온으로
많이 덥습니다. 지난 십여년간 여름 추위에 질려 있었던 만큼...
간만에 더위 좀 즐기고 있습니다.
남편 외가쪽이 목장을 하셔서, 여름방학이면 일을 돕고는 하는데요.
올 여름에도 목장식구들이 휴가가신 사이 일주일간 남편과 아들이 목장일을 도맡아 했었습니다.
젖소목장이라 아침 저녁으로 소젖을 짜고, 젖 짜기 전 축사로 소를 몰아오고, 젖 짠 후 초장으로 다시 몰아가고, 소들이 들판에서 풀뜯는 사이 축사 청소를 하고, 똥을 치우고, 보충 먹이를 주고..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아이가 아빠를 돕느라 바빠 이전에 못다한 일을 아이없이 맘껏 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아이와 남편은 둘만의 퀄러티 시간을 보내며, "노동의 즐거움"을 누렸답니다.
사실 남편은 낡은 목장에서 일하는 것을 싫어했었어요. 현대적으로 잘 정비된 목장과는 달리, 기구들도 다 낡아 쉽게 망가지고, 모든 것이 상대적으로 불편하고 원시적이거든요. 날마다 사고가 한건씩 있었어요. 새벽마다 일어나 소젖짜는 것도 힘들어 했고, 그 와중에 소똥 세례를 받기도 하고.. 소가 갑자기 아파 수의사를 부르기도 하고, 전기가 나가기도 하고, 소들이 탈출을 하기도 해 잡으러 다니느라 고생했어요. 하지만 아들이 함께 해서 아들과 함께 하는 놀이겸, 즐기려 노력했답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모습 보며 힘을 많이 얻어 일주일을 버틸 수 있었다고 해요. 아이와 함께 해서 좋았던 워킹 홀리데이였답니다.
아이는 집에서 놀기만 하다가.. 뭔가 꼭 필요한 일들을 하며 일의 즐거움을 배우고, 성취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제가 겁이 좀 많아 소 옆에 잘 안가는데..아이는 아빠를 닮아 동물들을 다 좋아해요. 400키로는 기본인 거구의 소 옆에서 무서워 하지도 않고 소도 잘 몰고요. 송아지들은 아예 도맡아 돌봤어요.
남편과 아이가 냄새나는 소똥이나 흙, 건초등을 아무렇지도 않게 만지고 치우며,
일하는 모습을 보니... 갑작스레 거친 남자의 향기가 나는 듯, 참 멋있더라고요.
혹시라도 친척이 시골에 살거나.. 그럴 여건이 되신다면.. 당일이나 주말이라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