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 한의학]"정력이 강하다"

자유글 조회수 11966 추천수 0 2011.03.29 09:52:44

‘정력적이다’ ‘정력이 강하다’는 말을 흔히 쓴다. 같은 단어이지만, 두 문장에서 ‘정력’은 의미가 다르다. 전자는 심신의 활동력을 뜻하는 반면 후자는 남자의 생식능력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남성들이라면 후자에 더 관심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정력이 심신의 활동 능력뿐 아니라 남성의 생식 능력까지 표현하는 단어가 되었을까?


‘정’(精)의 한의학적인 의미는 생명의 발현과 그 활동을 유지하는 데 기본이 되는 물질을 뜻한다. 한마디로 생명의 정화(精華:깨끗하고 순수한 알짜)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정은 생명의 발생과 관계되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선천지정’과 생명 유지와 관계되는 ‘후천지정’으로 나뉜다.


생명이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공기와 음식이다. 예부터 한의학 고전들은 “후천지정은 비위(脾胃)의 수곡지기(水穀之氣)와 폐(肺)의 호흡지기(呼吸之氣)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폐의 호흡과 비위에서의 음식 소화로 생성된 후천지정은 선천지정을 도와 기와 혈, 정신 능력을 활발하게 해서 인체의 생명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즉, 후천지정은 심신의 활동력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선천지정은 인간을 구성하는 기본이자 생식의 근원의 근원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의학에서는 신장정(腎藏精)이라 하여, 정의 근본이 신에 있다고 본다.(여기에서 신은 해부학적인 콩팥(kidney)과는 다른 의미로, 한의학적인 개념의 기능적인 신장을 뜻한다.)


선천지정은 후천지정의 자양(滋養)을 받기는 하나, 그 자체는 보충될 수 없는 매우 소중한 근원이다. 함부로 사용하거나 훼손하면 회복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한의학에서는 절제된 성생활과 식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강조한다. 좋은 식사와 잠이 보약이라고 생각하는 풍습도 여기에서 유래된 것이다.  따라서 선천지정에서의 정력은 후천지정과 달리 생식 능력과 연관되어 있다. 정력이 강하다는 것은 인간 생명 자체의 건강함과 자손을 퍼뜨리고 번창하는 기운이 왕성함을 의미한다. 남성들이 강한 정력을 원하는 것은 본능이며 그 자체로는 좋은 일이다. 그러나 왜곡되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정력을 인위적으로 강하게 하려는 사례를 자주 본다. 신문과 뉴스에서 흔히 접하는 국외 보신관광이나 정력을 이유로 근본을 알 수 없는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다. 진정으로 건강한 정력을 원한다면 그릇된 정보를 찾아 헤매기보다는 가까운 한의사를 찾을 일이다.


외국에 나가면 한국이 얼마나 정력적인 사회인지, 정력도 강한지를 깨닫게 된다. 한국 남성들이 정력에 관심이 많은 것도 한국 사회가 정력적인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웃음지은 적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근래 한국 사회에서 생명력의 근원인 ‘정’이 손상되는 징조가 가끔씩 보인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건강한 정력이 넘치는 한국 사회가 지속되기를 기원해본다. 


김도연/하늘한의원 원장·청년한의사회 학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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