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쓸면 한 소쿠리는 모을 수 있겠다. 저 볕들. 깊은데 가볍고 따가우면서 평화로운 저 볕들. 마당이 온통 볕에서 나는 바스락 바스락 소리로 가득한 아침. 가을이다. 가을이고 가을인데 어쨌거나 가을이니만큼,
봄에는 고추꽃조차 피지 않도록 가물었다가 참깨를 수확하려니 가을장마여서 하늘의 심술도 참 어지간하다 싶던 날씨와
양파 6만톤이 남아 양파밭을 갈아 엎었는데 그 6만톤이 꼭 수입물량이라지, 제기랄 욕도 아까운 농정과
농민들이 호구냐, 농민들을 상대하지 말고 천만이나 된다는 저 서울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란 말이다, 말해봤자 입만 아픈 농협과
심기는 또 어찌어찌 심었는데 거둘 일을 생각하니 온 삭신이 미리 아픈 나의 게으름과
마흔이 넘었는데도 밥벌이에 무지한 나의 어리석음과
그립다 그립다 노래를 불러도 꿩 궈 먹은 소식인 당신과도
화해해야겠다. 가을이니까.
- 농부 통신 41